벨기에의 포장 생산자책임기구 Fost Plus가 공개한 2027년 요율표에서, 폴리에틸렌 단일 소재 필름의 분담금은 1kg에 1.27유로입니다. 같은 필름에 알루미늄 박을 붙인 라미네이트는 재활용할 수 없는 포장으로 분류되어 4.42유로를 냅니다. 약 3.5배입니다. EU 포장·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예고한 재활용성 등급의 계산식은 아직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는데, 요율표는 벌써 포장 설계를 가르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제32호는 플라스틱 포장의 등급 기준을 누가 언제 정하는지, 기준이 확정되기 전에 무엇을 설계할 수 있는지를 살핍니다.
약어 — PPWR(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 EU 포장·포장폐기물 규정, Regulation (EU) 2025/40) · PE(Polyethylene, 폴리에틸렌) · PP(Polypropylene, 폴리프로필렌, PE와 묶어 폴리올레핀) ·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페트, PETG는 글리콜 변성 PET로 수축 슬리브에 쓰인다) · CEN(Comité Européen de Normalisation, 유럽표준화위원회, 포장 분야는 기술위원회 TC 261) · COTREP(프랑스 플라스틱 포장 재활용 기술위원회) ·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확대생산자책임) · JRC(Joint Research Centre, 유럽위원회 공동연구센터) · EVOH(Ethylene Vinyl Alcohol, 에틸렌비닐알코올, 산소 차단용 수지) · PA(폴리아미드) · NC(니트로셀룰로오스) · AlOx·SiOx(산화알루미늄·산화규소 증착층) · DoC(Declaration of Conformity, PPWR 제39조의 적합성선언, 제30호에서 다룬 식품접촉물질의 Declaration of Compliance와는 별개 문서) · KIDV(네덜란드 지속가능포장지식연구소)
들어가며 — 1.27유로와 4.42유로

벨기에의 가정용 포장 생산자책임기구 Fost Plus가 공개한 2027년 요율표에서 폴리에틸렌(PE) 단일 소재 필름의 분담금은 1kg에 1.27유로이다. 같은 필름에 알루미늄 박을 붙인 라미네이트는 재활용할 수 없는 포장으로 분류되어 4.42유로를 낸다. 약 3.5배이다. EU 포장·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예고한 재활용성 등급의 계산식은 아직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는데, 요율표는 벌써 포장 설계를 가르고 있다.
제26호에서 PPWR의 의무 전반을, 제30호에서 식품 포장의 문서 체계를 다뤘다. 이번 호는 그 가운데 재활용성 하나로 범위를 좁혀, 플라스틱 포장의 등급 기준을 누가 언제 정하는지, 기준이 확정되기 전에 무엇을 설계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다음과 같다.
- 의무는 시작됐고 기준은 아직 없다. “모든 포장은 재활용 가능해야 한다”는 제6조 1항은 2026년 8월 12일부터 적용 중이다. 그러나 등급 A·B·C를 가르는 설계 기준은 유럽위원회가 2028년 1월 1일까지 위임법으로 정하게 되어 있고, 2026년 10월 현재 공개된 초안은 확인되지 않는다.
- 기준이 없어도 합의는 있다. 유럽표준화위원회(CEN)의 EN 18120, 재활용 업계의 RecyClass 지침, 프랑스의 COTREP 지침은 여러 설계 요소에서 같은 판정을 내린다. 단일 소재 필름은 좋은 설계이고 알루미늄 박 배리어는 나쁜 설계이다. 세 지침이 일치하는 선택은 지금 결정해도 뒤집힐 가능성이 낮다.
- 등급은 금지보다 요금과 문서로 먼저 온다. 등급 밖 포장의 출시 제한은 2030년 이후이지만, 회원국의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분담금은 이미 재활용 난이도에 따라 달라지고 거래처는 증빙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재활용 등급을 받은 포장이 EU의 등급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재활용성 요건의 시간표 — 시작된 의무, 아직 없는 기준

PPWR 제6조는 재활용성을 두 조건으로 정의한다. 하나는 재활용을 위한 설계(design for recycling)로, 재활용해서 얻은 2차 원료가 원래 소재를 대체할 만한 품질이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대규모 재활용(recycled at scale)으로, 실제로 분리수거·선별되어 대규모로 재활용되어야 한다. 두 조건은 서로 다른 날짜에 적용된다.
| 시점 | 내용 | 근거 |
|---|---|---|
| 2026.8.12 | 모든 포장은 재활용 가능해야 함(적용 중) | 제6조 1항 |
| 2028.1.1까지 | 설계 기준·등급 평가 방법 위임법 채택 기한 | 제6조 4항 |
| 2030.1.1 이후 | 설계 기준 적용, 등급 A·B·C 밖의 포장 출시 제한 | 제6조 2항(a)·3항 |
| 2030.1.1까지 | 대규모 재활용 평가 방법 이행법 채택 기한 | 제6조 5항 |
| 2035.1.1 이후 | 대규모 재활용 요건 적용 | 제6조 2항(b) |
| 2038.1.1 | 등급 A·B만 출시 가능(C 제외) | 제6조 3항 |
등급의 문턱은 규정 부속서 II에 적혀 있다. 설계 기준 평가 결과가 95% 이상이면 A, 80% 이상이면 B, 70% 이상이면 C이고, 70% 미만은 기술적으로 재활용할 수 없는 포장으로 보아 출시를 제한한다. 정해지지 않은 것은 이 백분율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어떤 잉크, 어떤 접착제, 어떤 배리어가 점수를 얼마나 깎는지는 위임법이 정한다.
그렇다면 지금 적용 중인 제6조 1항은 무엇으로 충족하는가. 유럽위원회는 2026년 6월 10일 관보에 실은 지침에서, 설계 요건이 적용되기 전까지 제조자는 종전 포장지침(94/62/EC)과 그 조화표준인 EN 13430:2004에 따라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고 밝혔다. 재활용성에 관한 PPWR의 적합성 평가 절차(제38조·부속서 VII)도 위임법이 발효되기 전까지는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종전 지침의 필수 요건은 PPWR 제70조에 따라 2029년 말까지 효력이 유지된다. RecyClass는 기술문서가 지금도 적용 가능한 재활용성 요건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본다. 22년 전 표준에 따른 평가 근거라도 서류로 갖춰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위 법령은 늦어질 수 있다. 2026년 8월 12일이 기한이던 조화 라벨 이행법은 기한 안에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위임법이 2028년 1월보다 늦어지면 설계 기준의 적용일도 그만큼 밀린다. 그러나 밀리는 것은 날짜이고, 등급의 문턱과 2038년의 C등급 제외는 규정 본문에 있다.
기준을 만드는 세 축 — 규정·표준·산업 지침

재활용성의 기준은 세 축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유럽위원회의 위임법, CEN의 표준, 산업계의 지침이다.
첫째 축은 위임법이다. 유럽위원회 공동연구센터(JRC)가 2024년 재활용성 평가 방법의 요소와 변수에 관한 기술 권고를 냈지만, 이는 규정 채택 전의 제안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확정 규정에 따른 설계 기준 초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규정은 위임법을 만들 때 “유럽 표준화 기구가 개발한 표준을 고려한다”고만 정한다.
둘째 축은 표준이다. CEN은 2026년 「플라스틱 포장의 재활용을 위한 설계」 표준 EN 18120 시리즈를 냈다. 제1부가 원칙과 용어를, 제3부가 선별 가능성 평가를 다루고, 나머지는 PET병, PE·PP 경질 용기, PE·PP 연질 포장 등 포장 형태별 설계 지침과 평가 프로토콜이다. Fost Plus의 설명에 따르면 이 표준은 설계 요소를 소재 흐름별로 권장(녹색)·허용(황색)·금지(적색)의 세 단계로 나눈 신호등 표를 쓰고, 등급 A·B·C는 이 표를 바탕으로 계산하게 된다. RecyClass는 이 시리즈가 14개 부로 이루어져 있고 2027~2028년에 개정될 것이라고 전한다. 표준이 곧 법은 아니다. EN 18120이 위임법의 기준으로 그대로 채택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셋째 축은 산업 지침이다. RecyClass는 유럽 플라스틱 재활용 업계 단체인 Plastics Recyclers Europe이 2014년 평가 도구로 내놓은 뒤 포장재·브랜드·재활용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비영리 교차산업 이니셔티브로 커졌다. 2025년 말 회원과 서포터는 174곳이다. 설계 지침과 평가 프로토콜, 온라인 도구, 제3자 인증을 운영하며, 2026년 7월까지 포장 기술 500건 이상을 시험했다. 2025년 8월 개정한 방법론은 종전의 A~F 6등급을 A~C 3등급과 ‘재활용 불가’로 줄이고 문턱을 95·80·70%로 바꿔 PPWR의 틀에 맞췄다.
세 축 사이에는 긴장이 있다. RecyClass는 자기 기준이 “고품질 재활용”을 목표로 유럽 재활용 업계의 실제 기술 수준 위에 세워졌고, 다른 방법론은 그와 다른 기술 수준을 전제로 한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가 던지는 물음은 “규정 준수를 위한 설계인가, 재활용을 위한 설계인가”이다. 기준이 느슨하면 등급은 받지만 재활용 공정에서 품질을 떨어뜨리는 포장이 시장에 남는다는 것이 재활용 업계의 우려이다.
재활용 업계가 기준의 엄격함에 민감한 데에는 사정이 있다. Plastics Recyclers Europe에 따르면 유럽의 플라스틱 재활용 설비 용량은 2024년 1,350만 톤이고, 2025년 잠정 집계로 폐업이 50% 늘어 3년 사이 약 100만 톤의 용량이 사라졌다. 2023~2024년 폐업의 절반은 폴리올레핀 필름과 PET 재활용 설비였다. EU의 플라스틱 포장 재활용률은 2023년 42.1%이다(Eurostat). 등급 기준은 환경 규칙이면서 재활용 산업의 원료 규격이다. 2030년 재생원료 의무를 채울 원료는 재활용 공정이 받아들일 수 있게 설계된 포장에서 나온다. 수출 기업이 등급을 볼 때에는 “통과하는가”와 함께 “재활용 업체가 실제로 받아 주는 설계인가”를 물어야 한다. 뒤의 질문이 2035년의 대규모 재활용 요건과 이어진다.
합의된 설계 — 지금 정해도 되는 것과 기다릴 것

기준이 세 축으로 나뉘어 있어도 기업이 손을 놓고 기다릴 이유는 없다. Fost Plus와 벨기에의 산업용 포장 기구 Valipac은 네덜란드·프랑스·노르웨이·스웨덴의 생산자책임기구와 함께 2026년 3월 「Design for Recycling: No regrets」 지침서를 냈다. 방법은 단순하다. CEN의 지침, RecyClass 지침, COTREP 지침을 설계 요소별로 대조해 세 지침이 모두 좋다고 본 것, 모두 나쁘다고 본 것, 판정이 엇갈린 것으로 나눴다. Fost Plus는 “여러 기준 사이에 이미 확신을 갖고 움직일 만큼의 수렴이 있다”고 설명한다. 지침서 스스로는 공식 규정과 표준이 확정되기 전의 해석임을 밝혀 둔다.
평가의 논리는 규정과 표준에서 이미 읽힌다. 포장 단위를 본체, 본체와 함께 버려지는 통합 구성품(뚜껑·라벨), 따로 떨어지는 분리 구성품으로 나누고, 각각을 주된 소재의 기준으로 평가한다. 투명 PET 병에 PE 뚜껑과 PE 라벨이 붙어 있으면 병 전체를 PET 병 기준으로 보고, 잉크와 접착제는 구성 물질로 따진다. 뜯어서 버리는 알루미늄 실링은 분리 구성품이므로 알루미늄 포장 기준으로 따로 본다.
| 포장 | 좋은 설계(일치) | 논의 중 | 나쁜 설계(일치) |
|---|---|---|---|
| PP 연질 파우치 | 전 층 PP, AlOx·SiOx 배리어 | 금속 증착, EVOH·PA 배리어 | PET/PP 복합, 알루미늄 박 |
| PE 리필 파우치 | 전 층 PE, PE 마개·주입구 | 금속 증착, 다른 소재 마개 | PET/PE 복합, 알루미늄 박 |
| 연질 공통 | 접착제 3% 미만, PU 잉크 5% 미만 | NC 잉크, 접착제·잉크 과다 | – |
| PET 병 | 밀도 1 미만 라벨(PE·PP) | – | 밀도 1 초과 라벨·슬리브 |
| 플라스틱 용기 | 플라스틱 마개 | – | 무게가 큰 금속 마개 |
표의 판정에는 공정상의 이유가 있다. PET 병은 잘게 부순 뒤 물에 띄워 소재를 가른다. PET는 물보다 무거워 가라앉고 PE·PP는 뜬다. 라벨이나 슬리브가 PET나 PETG처럼 물보다 무거우면 병 조각과 함께 가라앉아 재생 원료에 섞인다. 슬리브가 병을 넓게 덮으면 선별기의 근적외선 센서가 병의 소재를 읽지 못하므로, 가벼운 소재의 슬리브도 부분 피복이어야 한다. 연질 포장에서는 층마다 소재가 다르면 녹였을 때 서로 섞이지 않아 재생 원료의 품질이 떨어진다. 그래서 차단 기능을 알루미늄 박 대신 산화알루미늄(AlOx)·산화규소(SiOx) 증착층으로 얻고, 접착제와 잉크의 비중을 낮게 묶는다.
가운데 칸이 기다릴 영역이다. 금속 증착 필름, 니트로셀룰로오스(NC) 잉크, EVOH와 폴리아미드(PA) 배리어는 지침마다 판정이 다르고 위임법에서 어느 쪽으로 정리될지 알 수 없다. 이 영역의 소재를 쓰는 포장은 전환을 서두르기보다 대체 설계를 시험해 두고 위임법 초안을 지켜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한국의 식품·생활용품 포장에 흔한 PET/알루미늄/PE 파우치는 오른쪽 칸에 든다. 제30호에서 살핀 김 포장의 알루미늄층처럼 기능상 대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지만, 세 지침이 모두 나쁜 설계로 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등급은 요금으로 먼저 온다

PPWR 제6조 8항은 위임법과 이행법이 발효되고 18개월 뒤부터 생산자가 내는 EPR 분담금을 재활용성 등급에 따라 조정하도록 한다. 위임법이 기한대로 나와도 법정 연동은 2029년 중반 이후의 일이다. 그런데 회원국의 EPR 기구는 그 전부터 재활용 난이도에 따라 요율을 달리해 왔다. Fost Plus는 요율의 원칙을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일수록 높은 요율을 내고, 재활용할 수 없는 포장에 가장 높은 요율이 붙는다”고 설명한다.
| 품목 | 2026년 | 2027년 | PE 필름 대비(2027) |
|---|---|---|---|
| PE 필름(PE 95% 이상) | 1.0804 | 1.2721 | 1.0배 |
| PP 필름(PP 95% 이상) | 2.2095 | 2.1425 | 1.7배 |
| 기타 플라스틱 필름(PET/PE, PA/PE 등 복합) | 2.2095 | 2.1425 | 1.7배 |
| 기타 플라스틱 포장(재활용 불가·방해 포장) | 4.4190 | 4.4190 | 3.5배 |
표에서 읽을 것은 세 가지이다. 첫째,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을 붙인 라미네이트는 “재활용 불가”로 분류되어 맨 아래 줄의 최고 요율을 낸다. 이 요율은 라미네이트만의 것이 아니라 PVC, 퇴비화 플라스틱 등 재활용 경로가 없는 포장 전체에 적용된다. 둘째, 요율표는 아직 등급만큼 정밀하지 않다. PP 단일 소재 필름과 PET/PE 복합 필름이 2027년에 같은 요율(2.1425유로)을 낸다. 단일 소재로 바꿨다고 곧바로 분담금이 줄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셋째, 요율표는 민간 기준을 끌어다 쓴다. 요율표 각 쪽에는 “RecyClass 기준 A 또는 B를 받은 플라스틱 포장은 재활용 가능한 것으로 본다”는 주석이 붙어 있다.
네덜란드는 할인 방식을 쓴다. Verpact의 2026년 플라스틱 요율 차등 규정은 단일 소재, 색상(무색·백색), 라벨·슬리브·인쇄, 재활용성 평가(KIDV Recyclecheck ‘양호’)의 네 조건에 각각 kg당 10센트, 재생원료 사용에 20센트를 깎아 최대 60센트를 할인한다. 평가 도구는 RecyClass가 아니라 네덜란드 지속가능포장지식연구소(KIDV)의 것이다. 같은 포장이 나라마다 다른 잣대로 평가되는 셈이다.
등급을 증명하는 방법 — 도구·인증·문서

설계가 맞아도 증명하지 못하면 등급은 없다. 증명의 수단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자가평가 도구. RecyClass 온라인 도구는 포장의 구조와 소재를 입력하면 등급을 추정해 준다. RecyClass는 이 도구가 현재의 평가(종전 지침과 EN 13430 기준)를 뒷받침하는 기술 자료가 되고, 2027~2028년에 PPWR 부속서와 위임법에 따른 평가 결과와 비교하는 기능을 넣을 계획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방법론 문서는 도구의 결과가 공식 인증이 아니며 재활용성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제3자 인증. RecyClass의 재활용성 인증은 세 가지이다. 반제품(필름·마개 등)에는 적합성 서한(Letter of Compatibility)이, 완제품 포장에는 설계 인증(Design for Recycling)과 재활용성 인증(Recyclability)이 있다. 설계 인증은 EU 시장 전체를 기준으로 설계만 평가하고, 재활용성 인증은 특정 국가에서 실제로 수거·선별·재활용되는지까지 확인한다. 2025년 한 해 재활용성 인증서 140건이 새로 발급되어 유효 인증서가 350건을 넘었고, 인증기관 32곳의 심사원 99명이 심사를 맡는다. 재활용 업체 쪽에는 재활용 공정 인증(EN 15343 기반, 2025년 537건)과 재생 플라스틱 추적성 인증(2025년 354건)이 있어, 2030년 재생원료 의무의 함량 증빙과 이어진다.
기업의 문서 체계. 인증은 문서 체계의 한 부분이다. 스웨덴의 위생용품 기업 Essity(2025년 순매출 1,385억 크로나, 직원 약 3만 6천 명)가 2026년 9월 공개한 대응 경과는 순서를 보여 준다. 이 회사는 규제 대응과 포장 연구개발 인력을 PPWR 전담으로 늘렸고, 약 200개 포장 공급자와 공급 계약을 맺어 조달 수준에 따라 그룹으로 나눴으며, 전체 포장을 공급자와 짝지은 뒤 우려물질(제5조) 증빙을 확보한 포장 사양부터 적합성선언(DoC)을 만들기 시작했다. 라벨 요건은 하위 법령이 나오지 않아 남은 과제로 꼽는다. 그 Essity도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 기술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포장이 전체의 92%, 플라스틱 포장의 74%라고 밝혔다. 2025년까지 전 포장을 재활용 가능하게 한다는 자체 목표에 못 미친 수치이다. 여러 해 준비한 기업에도 플라스틱 포장의 4분의 1은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장에서 자주 섞이는 세 가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도구의 등급, 제3자 인증서의 등급, PPWR이 요구할 법정 등급은 서로 다른 것이다. 앞의 둘은 민간 기준에 따른 평가이고, 셋째는 아직 계산식이 없다. RecyClass 인증서가 2030년의 법정 등급을 대신한다는 규정은 없으며, RecyClass도 위임법이 나온 뒤 자기 방법론과 견줘 보겠다고 할 뿐이다. 그렇다고 인증이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다. 지금의 인증은 법적 적합의 증명이 아니라 설계 판단의 근거 기록이다. 평가에 쓴 지침의 판과 날짜, 포장 구조를 남겨 두지 않으면 기준이 확정되는 2028년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국의 등급과 EU의 등급

한국에는 EU보다 먼저 시행된 등급 제도가 있다. 자원재활용법 제9조의4에 따라 재활용의무생산자는 포장재의 재질·구조를 평가받고 그 결과를 겉면에 표시해야 한다. 기준은 기후에너지환경부 고시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등급평가 기준」이 정하고, 한국환경공단이 평가를 맡는다. 등급은 재활용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의 네 단계이며, 분담금 산정에도 재활용 용이성이 반영된다.
| 항목 | 한국 | EU(PPWR) |
|---|---|---|
| 근거 | 자원재활용법 제9조의4, 등급평가 기준 고시 | 규정 2025/40 제6조, 위임법(예정) |
| 등급 |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 A·B·C, 70% 미만은 등급 없음 |
| 평가 방식 | 포장재별 재질·구조 기준과 대조 | 설계 기준 점수(%), 2035년부터 대규모 재활용 평가 |
| 평가 주체 | 자체평가 후 한국환경공단 확인 | 제조자의 적합성 평가 |
| 낮은 등급의 결과 | 겉면 표시, 분담금 차등 | 출시 제한(2030년 이후), 분담금 조정 |
두 제도는 같은 방향을 본다. 한국 고시도 페트병 라벨은 비중 1 미만이어야 하고, 몸체는 무색 단일 재질이어야 하며, PET-G 혼합과 유색 병은 ‘어려움’으로 분류한다. PET 병에 관해서는 [표2]의 판정과 거의 겹친다. 그러나 갈라지는 지점이 있다. 한국 고시는 필름·시트에서 알루미늄 같은 합성수지 이외의 재질이 복합되면 ‘어려움’으로 보되, 알루미늄 두께가 50㎛ 이하이면 ‘보통’으로 구분한다. 한국에서 ‘보통’을 받는 알루미늄 복합 필름이 유럽의 세 지침에서는 일치된 나쁜 설계이고, 벨기에에서는 최고 요율을 낸다. 구조의 차이는 더 크다. 한국의 등급은 재질·구조 기준에 맞는지를 가리는 정성 판정이고, EU의 등급은 중량 백분율로 계산한 점수이며 2035년부터는 실제로 대규모 재활용되는지까지 본다. 국내 등급은 PPWR의 적합성 근거가 되지 못한다.
정부도 이 간격을 알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2026년 9월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재활용성 향상 방안 연구」를 발주해, EU의 기준과 국내 제도를 비교하고 수거율·선별 가능성·실제 재활용량을 반영한 평가 지표를 마련하기로 했다. 연구 기간은 2027년 3월까지이고, 등급제 개정으로 이어질 후속 절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보도되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2026년 3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을 포장재 재활용성 등급 평가 시험 인프라 구축 기관으로 선정했다. 재생원료에서는 2026년 1월부터 연간 5천 톤 이상의 페트병을 쓰는 먹는샘물·음료 제조자에게 10% 사용 의무가 시행 중이다. 다만 고시의 사용률 산식은 국산 재생원료 사용량을 기준으로 하므로, EU가 요구할 재생원료 증빙과는 따로 준비해야 한다.
기업 쪽에서는 소재 기업이 먼저 움직였다. SK케미칼은 2026년 5월 재활용 가능 코폴리에스터 5종이 RecyClass의 기술 승인에서 PET 재활용 공정과 ‘완전 호환’, 2종이 ‘제한 호환’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소재 단계의 승인은 그 소재로 용기를 만드는 화장품·식품 기업이 설계 판단의 근거로 쓸 수 있다. 완제품 쪽은 사정이 다르다. 2026년 7월 보도에 따르면 국내 식품 대기업 네 곳이 EU 거래처로부터 적합성선언 제출을 요청받아 포장재 점검에 들어갔다. RecyClass의 인증기관 목록에는 재생 플라스틱 추적성과 재활용 공정 인증에 한국 소재 심사원을 둔 기관이 올라 있으나, 포장 재활용성 인증을 한국에서 수행하는 기관은 확인되지 않는다.
국내 등급과 EU 등급의 차이를 “어느 쪽이 더 엄격한가”로 보면 요점을 놓친다. 차이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있다. 한국의 기준은 국내 선별장과 재활용 업체의 공정에, EU의 기준은 유럽의 폐기물 흐름과 재활용 설비에 맞춰져 있다. RecyClass도 자기 설계 인증이 유럽의 플라스틱 폐기물 흐름을 기준으로 하며 EU 시장에 유효하다고 밝힌다. 같은 포장이 어디에서 버려지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 것이 재활용성의 본질이다. 그래서 수출용 포장은 국내 등급과 별개로 수출국 기준으로 다시 평가해야 하고, 국내 제도를 개정할 때에는 EU 위임법과 평가 항목의 이름과 단위라도 맞춰 두어야 기업이 같은 자료를 두 번 만들지 않는다.
한국 기업에의 시사점

1. 포장을 세 칸으로 나눈다.
수출 품목의 포장을 구성품 단위로 풀어 [표2]의 좋은 설계, 논의 중, 나쁜 설계에 배치한다. 구성품별 소재, 잉크와 접착제의 중량 비율, 라벨의 밀도와 피복 면적이 있어야 분류할 수 있으므로, 이 자료를 공급자에게 요청하는 일이 첫 단계이다.
2. 나쁜 설계부터 대체안을 시험한다.
알루미늄 박 배리어, PET와 폴리올레핀의 복합 필름, 무거운 슬리브, 금속 마개가 대상이다. 유통기한과 내용물 보호 시험에 시간이 걸리므로 2030년에 맞추려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 기능상 대체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근거를 시험 자료로 남긴다.
3. 논의 중인 설계는 서두르지 않는다.
금속 증착 필름, EVOH·PA 배리어, NC 잉크는 위임법에서 판정이 갈릴 수 있다. 전환 투자는 위임법 초안을 본 뒤에 결정한다.
4. 평가 기록을 날짜와 함께 남긴다.
어떤 지침의 몇 판으로 어떤 구조를 평가했는지를 기술문서에 넣는다. 기준이 확정되면 달라진 항목만 다시 평가하면 된다.
5. 분담금을 원가에 넣는다.
EPR 분담금은 EU의 수입자와 거래처에 부과되고 납품가 협상으로 돌아온다. 수출국의 요율표에서 자사 포장이 어느 줄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면 설계 변경의 손익을 계산할 수 있다.
6. 소재·포장재 기업은 반제품 단계의 증빙을 갖춘다.
필름, 마개, 수지 공급자가 기술 승인이나 적합성 서한을 확보하면 고객사는 그 문서를 자기 평가의 근거로 쓸 수 있다.
참고자료
- 유럽연합, Regulation (EU) 2025/40 on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PPWR), OJ L 2025/40, 2025.1.22(제6조·제7조·제38조·제70조·부속서 II).
- 유럽위원회, 「Commission Notice: Guidance document for Regulation (EU) 2025/40 on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OJ C, C/2026/3084, 2026.6.10.
- 유럽위원회 공동연구센터(JRC), 「Technical recommendations on possible elements and parameters of a methodology to assess recyclability of packaging」, JRC136777, 2024.
- CEN-CENELEC, 「EN 18120: Europe sets a new benchmark for recyclable plastic packaging」, 2026.6.24.
- RecyClass, 「Recyclability Methodology」 v3.1, 2025.8; 「Annual Report 2025」, 2026.3; 「RecyClass Surpasses 500 Recyclability Tests, Supporting Industry Readiness for PPWR」, 2026.7.6.
- RecyClass·Fost Plus·Essity, 「Guiding the Transition toward PPWR Compliance」 자료, 2026.9.
- Fost Plus·Valipac, 「Design for Recycling: No regrets」, 2026.3.
- Fost Plus, 「Green Dot rates 2026 per material」 및 「Packaging EPR Rates 2027 per material」.
- Verpact, 「Regeling Tariefdifferentiatie Plastic 2026」, 2025.10.
- Plastics Recyclers Europe, 「2024 Data Reveals a Deepening Crisis of the European Plastics Recycling Industry」, 2025.11.12.
- Eurostat, 「Plastic packaging waste in the EU: 35.3 kg per person」, 2025.10.22.
- Essity, 「Annual and Sustainability Report 2025」, 2026.
-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제9조의4·제29조·제33조의3)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8조.
- 기후에너지환경부,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등급평가 기준」 및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의무에 관한 고시」(고시 제2025-165호), 2025.10.1.
- SK케미칼, 「SK chemicals’ seven plastic materials confirmed compatible with European recycling processes」 보도자료, 2026.5.26.
- 뉴시스, 한국환경공단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재활용성 향상 방안 연구」 발주 보도, 2026.9.19; KCL 해외인증지원 시험인프라 구축사업 선정 보도, 2026.3.25.
- 이데일리, 식품업계 EU 포장 증빙 요청 보도, 2026.7.8; Packaging Europe, PPWR 라벨 이행법 기한 보도, 2026.8.20.
본 자료는 이시도르 지속가능연구소가 공개 정보와 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특정 사업·투자에 대한 권유가 아닙니다. 인용된 기준·요율·제도 일정은 각 출처의 발행 시점 기준이며, 위임법·이행법 채택과 표준 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설계 판정은 민간 지침의 비교 결과이며 PPWR에 따른 법정 등급이 아닙니다.
PDF 원본 내려받기
편집·디자인이 적용된 원본 PDF는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발행일 : 2026년 10월 22일 (제23호 / 통권 32호) · 창간일 : 2025년 9월 1일
발행인·편집인 : 유병덕 · 발행처 :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주식회사 부설연구소
주소 : 충북 청주시 봉명로 31 T1타워 1007호 · ISSN 3140-5401
문의 : 이시도르연구소 043-845-9792 · 오탈자 및 제보 : isidor@isi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