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5일, 중국 재정부는 「기업 지속가능 공시 기준 제1호 — 기후(시범)」를 공포했습니다. 이 기준은 ISSB의 IFRS S2를 ‘구조적으로 수렴’하면서도 이를 넘어서는 이중 중대성 접근을 공식 채택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제18호는 중국 신규 기후 공시 기준의 내용과 ETS 확대와의 연동, 글로벌 프레임워크와의 비교, 그리고 한국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전문으로 다룹니다.
약어 —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 IFRS S1/S2(ISSB 공시기준) · CSRD/ESRS(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 지침·기준) · GRI(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 · GSSB(GRI 산하 기준위원회) ·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 ETS(배출권 거래제) · CBAM(EU 탄소국경조정제도) · NDC(국가 결정 기여) · KASB·KSSB(한국회계기준원·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 MRV(측정·보고·검증)
들어가며
2025년 12월 25일, 중국 재정부(Ministry of Finance)는 중앙은행(PBOC)과 다수의 부처·규제기관을 총동원하여 「기업 지속가능 공시 기준 제1호 — 기후(시범)(Corporate Sustainable Disclosure Standard No. 1 — Climate (Trial))」를 공포하였다. 이 기준은 중국 기업에 기후 관련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 및 목표를 포괄적으로 공시할 것을 요구하며, 특히 ISSB의 IFRS S2를 ‘구조적으로 수렴(structurally converge)’하면서도 이를 넘어서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접근을 공식 채택하였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준의 의미는 단순한 중국 국내 규제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인 중국이 기후 공시 체계를 국제 기준에 정렬시킨다는 것은, 중국과 교역하는 모든 기업 — 특히 한국의 수출기업 — 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국은 2025년 3월 전국 배출권 거래제(ETS)에 철강·시멘트·알루미늄 산업을 편입하며 탄소 가격 적용 범위를 약 80억 톤 CO₂로 대폭 확대하였다. 기후 공시 기준과 배출권 거래제의 동시 확대는 단순한 정책적 우연이 아니라,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EU CBAM)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자 중국의 ‘쌍탄소(双碳)’ 목표 — 2030년 탄소 피크, 2060년 탄소 중립 — 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이다.
중국은 2020년 9월 유엔총회에서 (1)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정점 달성(碳达峰), (2) 2060년까지 탄소 중립 실현(碳中和)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선언하였다. 이를 통칭하여 ‘쌍탄소(双碳)’ 전략이라 부르며, 이후 중국의 모든 기후·에너지·산업 정책의 상위 프레임워크로 기능하고 있다. 2025년 2월 발표된 갱신 NDC에서는 2035년까지 피크 대비 7~10% 감축 목표를 추가로 제시하였다.
중국 기후 공시 기준의 배경
대외적 요인: EU CBAM과 글로벌 공시 의무화의 파도
2026년 1월 1일부터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과세 단계에 진입하였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을 EU에 수출하는 기업은 해당 제품의 내재 탄소(embedded carbon)에 대해 EU 배출권 가격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때 수출국 내에서 이미 지불한 탄소 가격은 공제가 가능하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이 EU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려면, 국내에서 신뢰할 수 있는 탄소 데이터와 공시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ISSB의 IFRS S1·S2가 글로벌 기후 공시의 사실상 기준선(baseline)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은 역외 기업에도 확대 적용되는 추세다. 이러한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도 중국이 독자적이고 폐쇄적인 보고 체계를 유지할 경우, 자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될 위험이 있었다.
대내적 요인: 탄소 시장 고도화와 데이터 인프라 구축
중국의 전국 ETS는 2021년 출범 이후 발전(전력) 부문에만 적용되어 왔으나, 국내외적으로 적용 범위 확대와 제도 고도화에 대한 압력이 지속되었다. 기후 공시 기준의 제정은 ETS 확대를 뒷받침할 기업 수준의 데이터 수집·보고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의도와 맞닿아 있다. 즉, 공시 기준은 배출권 거래의 데이터 기반을 강화하는 쌍방향 정책 수단인 셈이다.
제정 경과와 단계별 시행 로드맵
2024년 5월 재정부가 ‘기업 지속가능 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했으며, 2024년 하반기에는 산업계·학계 의견 수렴과 ISSB와의 정합성 검토가 이어졌다. 2025년 12월 25일 「기업 지속가능 공시 기준 제1호 — 기후(시범)」가 정식 공포됐고, 2026년 4월 상장사 최초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행이 예정돼 있다.
| 구분 | 시행 방향 |
|---|---|
| 적용 대상 | 상장사 → 비상장사 |
| 기업 규모 | 대기업 → 중소기업 |
| 요구 수준 | 정성적 → 정량적 |
| 이행 성격 | 자발적 → 의무적 |
2026년은 상장사 중심 자발적 공시(시범 적용), 2028년경 의무 공시 전환 예상(재정부 가이던스 기준), 2030년까지 대형 비상장사까지 의무 보고 확대가 예정돼 있다. 업종별 세부 적용 지침(Application Guidelines)은 전력, 철강, 석탄, 석유, 비료, 알루미늄, 수소, 시멘트, 자동차 등 9개 고탄소 산업을 우선 대상으로 개발 중이다.
‘기업 지속가능 공시 기준 제1호 — 기후’의 주요 내용
이 기준은 ISSB IFRS S2의 구조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중국의 정책 목표에 맞게 내용을 확장·조정하였다. 기본 골격은 TCFD 권고안에서 비롯된 4개 축으로 구성된다.
1. 거버넌스(Governance) — 기후 관련 리스크와 기회에 대한 이사회 및 경영진의 감독 구조, 역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공시해야 한다. 초안 단계에서는 기후 연계 임원 보수(climate-linked executive compensation)에 대한 공시도 포함되었으나, 최종본에서는 요구 수준이 완화되었다.
2. 전략(Strategy) — 기후변화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전략, 재무 계획에 미치는 영향을 공시한다. 특히 중국의 국가 결정 기여(NDC)와의 정합성을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점이 IFRS S2와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이다. 기업은 자사의 기후 목표, 시나리오 분석, 전환 경로가 중국의 갱신 NDC — 2035년까지 피크 대비 7~10% 감축 — 와 어떻게 정렬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3. 리스크 및 기회 관리 — 기후 관련 리스크(물리적 리스크·전환 리스크)와 기회를 식별, 평가,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공시한다. 이 영역은 IFRS S2와 대체로 유사하나, ‘리스크’뿐 아니라 ‘기회’를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도록 한 점이 중국 기준의 특징이다.
4. 지표 및 목표 — 이 영역이 이 기준의 핵심이자, 국제 기준 대비 가장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 구분 | 내용 |
|---|---|
| Scope 1(직접 배출) | 기업이 소유·통제하는 배출원에서의 직접 배출량 |
| Scope 2(간접 배출) | 구매 전력·열·증기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량. 시장 기반(market-based) 방법 허용 — 구매 녹색전력 반영 가능 |
| Scope 3(가치사슬 배출) | 공급망 상·하류 전체의 간접 배출량. GHG Protocol 우선 적용, 국내 산정 방법 병행 허용 |
| 내부 탄소 가격 | 기업이 내부적으로 적용하는 탄소 가격 및 의사결정 반영 방식 |
| 기후 관련 자본 지출 | 기후 대응을 위한 투자·지출 규모 |
Scope 3 공시는 국제적으로도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꼽히지만, 중국 기준은 이를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다만, 금융 부문(파생상품·보험 활동)의 Scope 3에 대해서는 정량적 공시 대신 정성적 기술을 허용하는 유연성을 두었다.
주목할 점은 용어의 변경이다. 최종본에서는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이라는 표현을 ‘배출 감축(emission reduction)’으로 교체하였는데, 이는 중국 전국 ETS의 개정된 용어 체계에 맞춘 것이다. 이 작은 변화는 공시 기준이 ETS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설계되었음을 보여준다.
| 구분 | 내용 | 중국 기준 |
|---|---|---|
| 중대성 접근 | 재무적 중대성(단일) | 이중 중대성(재무적 + 영향) |
| NDC 정합성 | 미요구 | 국가 NDC와의 정렬 공시 필수 |
| 기후 영향 공시 | 미요구 | 기업 활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 공시 |
| Scope 2 방법론 | 위치 기반 원칙 | 시장 기반 허용(녹색전력 반영) |
| 업종별 지침 | SASB 참조 | 9개 고탄소 산업 전용 지침 개발 |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2023년 6월 발표한 기후 관련 공시 기준이다. TCFD 권고안을 기반으로 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 및 목표의 4개 축으로 구성되며, 기업의 기후 관련 리스크와 기회가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투자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전 세계 30개 이상의 법역에서 채택 또는 채택을 추진 중이며, 글로벌 기후 공시의 사실상 기준선(global baseline)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중 중대성의 채택과 글로벌 의의
이 기준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의 공식 채택이다. 이중 중대성이란 기업이 (1) 기후변화가 자사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재무적 중대성), (2) 자사의 사업 활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영향 중대성)을 모두 공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ISSB의 IFRS S2가 재무적 중대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중국의 기준은 “가치사슬 활동을 포함한 기업 활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또는 예견 가능한 잠재적 영향”을 공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EU의 CSRD와 궤를 같이하는 접근이며, GRI 102: Climate Change 2025 기준과도 높은 정합성을 보인다.
영향 중대성 없이 재무적 중대성만 공시하는 체계는 기업이 환경에 가하는 실질적인 피해를 가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석탄 화력발전사가 탄소 규제로 인한 자산 감손 리스크(재무적 중대성)는 공시하면서, 자사의 CO₂ 배출이 지역 대기질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영향 중대성)은 누락할 수 있다. 이중 중대성은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기업의 기후 대응이 실질적인 감축으로 이어지는지를 검증하는 데 필수적이다. GRI Supervisory Board 위원인 Peiyuan Guo는 “기후 보고가 실질적 지속가능성 결과를 이끌어내려면, 영향 데이터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국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였다.
중국의 이중 중대성 채택은 글로벌 기후 공시 체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현재까지 이중 중대성을 공식 채택한 법역은 EU(CSRD)가 사실상 유일했으며, 미국(SEC)과 ISSB는 재무적 중대성 중심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이중 중대성 진영에 합류함으로써, 이 접근법의 글로벌 정당성과 추진력이 크게 강화되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공시 기준 설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회계기준원(KASB)이 추진 중인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KSSB)은 현재 ISSB를 기반으로 설계되고 있으나, 중국과 EU 모두 이중 중대성을 채택한 상황에서 한국 역시 영향 중대성 요소의 반영 여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GRI 산하 기구인 GSSB(Glob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가 2025년 6월 발표한 기후변화 주제별 기준이다.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기업이 기후변화 관련 영향을 보고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식을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이중 중대성 관점을 채택하고 있으며,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기후 적응(Adaptation), Scope 3 배출 등의 심화 공시를 포함한다. GRI 103: Energy 2025와 함께 발표되었으며, 10개 언어로 무료 제공된다. ISSB IFRS S2와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고려하여 설계되었고, 기업이 GRI 102와 IFRS S2를 동시에 준수할 수 있도록 GHG 배출 공시의 등가성(equivalence)이 확인되었다.
중국 배출권 거래제(ETS) 확대와의 시너지
2025년 3월, 중국 정부는 기존에 발전(전력) 부문에만 적용되던 전국 배출권 거래제(ETS)에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산업을 신규 편입하였다. 이번 조치로 약 1,500개 기업이 추가 편입되었으며, ETS 관할 하의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80억 톤으로 확대되어 전 세계 단일 탄소 시장 중 최대 규모를 갱신하였다.
| 구분 | 확대 전 | 확대 후 |
|---|---|---|
| 적용 업종 | 발전(전력) 1개 | 발전,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4개 |
| 대상 기업 수 | 약 2,200개 | 약 3,700개 |
| 관할 배출량 | 약 50억 톤 CO₂ | 약 80억 톤 CO₂ |
| 향후 확대 | — | 석유화학, 화학, 제지, 항공 등 추가 예정 |
기후 공시 기준과 ETS 확대가 동시에 추진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 제도는 상호 보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첫째, 데이터 인프라 공유 — 기업이 공시 기준에 따라 산출한 Scope 1·2 배출 데이터는 ETS 할당량 산정 및 거래의 기초 데이터로 직접 활용된다. 둘째, MRV(측정·보고·검증) 체계 일원화 — 공시 기준이 GHG Protocol을 우선 적용하도록 한 것은 ETS의 MRV 체계와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용어 통일 — 최종본에서 ‘탄소 크레딧’을 ‘배출 감축’으로 변경한 것은 ETS 개정 규정과의 용어 일치를 위한 의도적 조치이다.
중국 ETS의 탄소 배출권 가격은 2025년 기준 톤당 약 11달러(약 80위안) 수준으로, EU ETS의 톤당 약 60~80유로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러나 업종 확대와 함께 중국 정부는 무상할당에서 유상할당으로의 점진적 전환을 예고하였으며, 2027년부터는 총량제한(absolute cap) 방식으로의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실현되면, 중국의 탄소 가격은 중기적으로 상당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EU CBAM과 직접 연결된다. CBAM은 수입 제품에 대해 EU ETS 가격과 수출국 탄소 가격의 ‘차액’만큼 과세하므로, 중국의 탄소 가격이 오를수록 중국 수출품의 CBAM 부담은 줄어든다. 중국 정부가 ETS를 빠르게 확대·강화하는 이면에는 이러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유럽연합이 역내 탄소 비용을 부담하는 기업을 보호하고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내재 탄소(embedded carbon)에 대해, EU ETS 가격에서 수출국의 탄소 가격을 차감한 금액만큼 ‘CBAM 인증서’를 구매하도록 요구한다. 2023~2025년 전환기(보고 의무만)를 거쳐,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 과세가 시행됐다. 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이다.
글로벌 기후 공시 프레임워크와의 비교
중국의 신규 기준은 기존 글로벌 프레임워크들과 어떤 위치에 있는가? 주요 기준과의 비교를 통해 그 특성을 명확히 한다.
| 비교 항목 | ISSB IFRS S2 | EU CSRD/ESRS | GRI 102(2025) | 중국 기준(2025) |
|---|---|---|---|---|
| 발행 기관 | ISSB(IFRS 재단) | EFRAG / EU 집행위 | GSSB(GRI) | 중국 재정부 외 |
| 발행 시기 | 2023.06 | 2023.07 | 2025.06 | 2025.12 |
| 시행 시기 | 법역별 상이 | 2024~ (단계적) | 2027.01 | 2026~ (단계적) |
| 중대성 접근 | 재무적 중대성 | 이중 중대성 | 이중 중대성 | 이중 중대성 |
| GHG Scope | 1, 2, 3 | 1, 2, 3 | 1, 2, 3 | 1, 2, 3 |
| NDC 정합성 | 미요구 | 미요구 | 미요구 | 필수 |
| 업종별 지침 | SASB 참조 | 업종 무관 통합 | 업종별 기준서 별도 | 9개 고탄소 업종 전용 |
| 주요 대상 | 글로벌 자본시장 | EU 역내 + 역외 대기업 | 모든 조직 | 중국 상장사 > 전체 |
| Scope 2 방법 | 위치 기반 원칙 | 위치+시장 기반 | 위치+시장 기반 | 시장 기반 허용 |
1. ISSB와의 ‘구조적 수렴 + 알파(α)’ — 중국 기준은 ISSB IFRS S2의 4대 축 구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이중 중대성, NDC 정합성, 업종별 세부 지침 등에서 ISSB를 넘어서는 요구사항을 추가하였다. 이는 ‘글로벌 기준선(baseline)은 수용하되, 자국 상황에 맞게 상향 조정(building block approach)’하는 전략의 전형이다.
2. EU CSRD와의 공명 — 이중 중대성 채택은 EU CSRD/ESRS와 가장 높은 정합성을 보인다. Greenpeace East Asia의 Bao Qiong은 “중국 기준이 EU의 엄격한 지속가능성 규정 준수를 단순화한다”고 평가하였다. 즉, 중국 기준에 따라 보고하는 기업은 EU CSRD 준수를 위한 기초 데이터를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3. GRI 102와의 높은 친화성 — 중국 본토 상장사 3,200개(매출 2.5억 달러 이상) 중 31%가 이미 2024년 보고서에서 GRI Standards를 참조하고 있으며, 홍콩 거래소의 대형주 기업 중에서는 80%가 GRI 보고 기업이다. GRI 102의 이중 중대성 접근과 중국 기준의 유사성을 고려하면, GRI를 이미 활용하는 기업은 새로운 기준에 대한 적응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다.
현재 글로벌 기후 공시 체계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수렴하고 있다. ISSB(글로벌 기준선)는 투자자 중심의 재무적 중대성 공시로 자본시장의 공통 언어를 제공한다. EU CSRD(규제 선도)는 이중 중대성과 법적 구속력을 갖추고 역외 대기업에도 적용되어 사실상의 글로벌 규제로 기능한다. GRI(영향 보고의 원조)는 다중 이해관계자 관점의 영향 중대성 보고로, 전 세계 가장 많은 기업이 사용하는 보고 프레임워크이다. 중국의 신규 기준은 이 삼각 구도의 교차점에 위치하며, 세 축 모두와 높은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려는 설계 의도가 엿보인다.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
중국의 기후 공시 기준 제정과 ETS 확대가 한국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네 가지 경로를 통해 전달된다.
1. 공급망 탄소 데이터 요구의 확대
한국 기업 중 중국에 원자재를 조달하거나, 중국에 부품·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중국 기업이 Scope 3 배출을 공시하려면 상류(upstream) 공급망의 탄소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는 곧 중국 바이어가 한국 납품업체에 탄소 배출 데이터를 요구하는 형태로 파급된다.
특히 다음 업종의 한국 기업은 주의가 필요하다. 철강은 중국이 한국산 특수강·합금강의 주요 수입국이며, 중국 철강사의 Scope 3 공시에 한국 원료 공급사의 배출 데이터가 포함될 수 있다. 석유화학은 중국 화학산업의 공급망에 위치한 한국 석유화학 기업이 원료의 탄소 발자국 데이터 제공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전자부품은 중국 완제품 제조사의 Scope 3에 한국산 반도체·디스플레이의 배출 데이터가 포함되며, 향후 이 데이터의 제3자 검증도 요구될 수 있다. 자동차 부품은 중국 기준의 업종별 지침에 자동차가 포함되어 있어, 중국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한국 부품사에 대한 데이터 요구가 예상된다.
2. EU CBAM 대응의 경쟁 구도 변화
한국은 EU에 대한 5대 철강 수출국 중 하나이며, 완전 과세 시나리오(2034년~)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연간 CBAM 부담금은 약 5억 300만 유로(수출액의 1.74%)로 추산된다.
중국이 ETS를 확대하고 탄소 가격을 점진적으로 올리면, 중국산 제품의 EU 수출 시 CBAM 부담이 경감된다. 반면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K-ETS) 가격이 상대적으로 정체되거나, 한국의 탄소 가격이 EU ETS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한국산 제품은 중국산 대비 EU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탄소 규제가 무역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3. 중국 시장 접근 조건의 재편
중국 재정부가 공시 의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이상,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외국 기업도 장기적으로 이 기준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GRI의 Peiyuan Guo 위원은 중국의 규제가 “금융 조건, 규제 참여, 공급망 및 가치사슬 참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세 경로다. 금융 접근성 — 중국 내 녹색 금융(Green Finance) 정책이 강화되면서, 기후 공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기업이 대출·투자 유치에서 우대를 받는 구조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공공 조달 — 중국 정부 및 국유기업의 조달에서 탄소 데이터 제출이 입찰 조건으로 부상할 수 있다. 합작 투자 및 파트너십 — 중국 파트너 기업이 자사의 공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한국측 합작 파트너에게 기후 데이터 공유를 요구할 수 있다.
4. 한국 공시 기준(KSSB)에 대한 간접적 압력
한국은 현재 국내 ESG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로 재조정하는 과정에 있다. 한국회계기준원(KASB)은 ISSB 기반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KSSB)을 개발 중이며, 일반사항(제1호), 기후(제2호), 추가공시(제101호)의 3개 기준 체계로 구성된다.
그러나 중국과 EU가 모두 이중 중대성을 채택한 현 상황은 한국의 기준 설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 EU가 동일한 공시 철학을 공유하는 가운데, 한국만 재무적 중대성에 한정된 기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 기업이 각기 다른 기준에 맞춰 중복 보고해야 하는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영향 경로 | 내용 | 영향 시기 |
|---|---|---|
| 공급망 데이터 요구 | 중국 바이어의 Scope 3 데이터 요청 | 2026~2027년 |
| CBAM 경쟁 구도 | 중국 ETS 가격 상승 → 한국 대비 CBAM 부담 경감 | 2027~2030년 |
| 중국 시장 접근 | 금융·조달·파트너십에서 기후 공시 요구 | 2028년~ |
| 한국 공시 기준 압력 | 이중 중대성 채택 논의 촉진 | 2026~2028년 |
시사점과 대응 방향
기업 차원의 대응
1. 탄소 데이터 인프라의 선제적 구축 — 중국 기준, EU CSRD, ISSB 모두 Scope 1·2·3 배출 데이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탄소 데이터 산출·관리 역량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특히 중국 공급망에 위치한 기업은 GHG Protocol에 기반한 배출량 산정 체계를 우선 구축하고, 제3자 검증(assurance)까지 대비해야 한다. SynTao Green Finance의 Peiyuan Guo는 “대부분의 기업이 Scope 3 측정, 시나리오 분석, 전환 경로 수립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 자발적 시행 기간을 갭 분석(gap analysis)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하였다.
2. 다중 프레임워크 대응 역량 확보 — 중국 기준, EU CSRD, ISSB IFRS S2, GRI 102 등 복수의 기후 공시 프레임워크가 병존하는 현실에서, 기업은 ‘하나의 데이터, 다중 보고(one data, multiple reports)’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다행히 주요 프레임워크 간 상호운용성이 높아지고 있어, 핵심 데이터를 한 번 산출하면 각 기준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GRI 102와 IFRS S2 간의 GHG 배출 공시 등가성(equivalence)이 이미 확인되었으므로, GRI 기반으로 보고하는 기업은 ISSB 및 중국 기준 대응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3. CBAM 대응 전략의 재점검 — 중국의 ETS 확대와 탄소 가격 상승은 CBAM 경쟁 구도를 변화시킨다. 한국 수출기업은 K-ETS 가격 동향, 한-EU 간 탄소 가격 격차, 그리고 중국산 경쟁 제품의 CBAM 부담 변화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 자체의 저탄소 공정 전환 투자를 가속화하여 내재 탄소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응이다.
정부·정책 차원의 대응
1. KSSB의 이중 중대성 검토 가속화 — 중국과 EU의 이중 중대성 채택은 한국 공시 기준 설계에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ISSB 기반의 재무적 중대성 접근을 기본으로 하되, 영향 중대성 요소를 선택적 또는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2. K-ETS와 CBAM 간 정합성 제고 — 중국이 ETS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CBAM 부담을 경감하는 것처럼, 한국도 K-ETS의 가격·범위·MRV 체계가 EU CBAM과의 동등성(equivalence)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국내 탄소 가격과 EU ETS 가격 간의 괴리가 클수록, 한국 수출품의 CBAM 부담은 가중된다.
3. 중소기업 지원 체계 마련 — 중국 기준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확대되는 경로를 예고한 만큼, 한국의 중소 수출기업도 조만간 중국 바이어로부터 탄소 데이터 요구를 받게 될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탄소 배출 데이터를 저비용으로 산출·관리할 수 있는 공통 플랫폼 개발, 교육·컨설팅 지원, 그리고 GHG Protocol 기반의 표준화된 보고 템플릿 보급을 서둘러야 한다.
연구·교육 차원의 과제
1. 중국 기후 규제 동향의 상시 모니터링 — 중국의 기후 공시 기준은 ‘시범(Trial)’ 단계이며, 업종별 적용 지침은 아직 개발 중이다. 한국의 연구기관과 산업 협회는 중국 기준의 세부 지침 발표, ETS 할당 방식 변경, 탄소 가격 추이 등을 상시 추적하고, 한국 기업에 적시에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2. 기후 공시 전문인력 양성 — Scope 3 측정, 시나리오 분석, 전환 경로 수립, 제3자 검증 등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Acclaro Advisory의 Jose Hopkins는 “이 기준을 단순한 지속가능성 보고가 아니라, 통제(controls)와 법적 기능(legal function)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하며, 기업 내 재무·법무·지속가능성 부서 간의 협업 역량 강화를 강조하였다.
맺으며
중국의 「기업 지속가능 공시 기준 제1호 — 기후(시범)」는 단순히 하나의 새로운 규제가 아니다. 이는 세계 최대 배출국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인 중국이, 기후 투명성이라는 국제적 흐름에 본격적으로 합류한다는 선언이다.
이 기준이 이중 중대성을 채택하고, ISSB를 수용하면서도 이를 넘어서며, ETS 확대와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설계를 보여주는 것은, 중국의 기후 정책이 ‘방어적 대응’에서 ‘전략적 선점’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산업계에 이것은 위기이자 기회다. 공급망 탄소 데이터 요구의 확대, CBAM 경쟁 구도의 변화, 중국 시장 접근 조건의 재편은 모두 새로운 도전이지만,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기업은 글로벌 탄소 투명성 시대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기후 공시는 더 이상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부가적 보고가 아니다. 그것은 시장 접근의 조건이자, 금융 비용의 결정 요인이며, 공급망 참여의 전제 조건이 되고 있다. 한국 기업과 정부가 이 전환의 속도와 방향을 정확히 읽고,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참고자료
- Peiyuan Guo, “What do China’s climate regulations mean for global transparency?”, GRI News Center, 2026.03.16 — 본 호의 출발 자료.
- “China Releases Corporate Climate Reporting Standard”, ESG Today, 2026.01.05.
- “Companies should start preparing to adopt China’s latest climate disclosure standards, say experts”, Eco-Business, 2026.01; “China’s new climate standard: a global signal at the right time”, Eco-Business, 2026.02.
- “China’s ISSB-aligned reporting rules ‘go beyond many global standards’, say experts”, Green Central Banking, 2026.01.27.
- “China’s ESG Compliance: 2025 Review and 2026 Outlook for Businesses”, China Briefing, 2026.
- ISSB, 「GRI 102 and IFRS S2 — Reporting on both standards and equivalence for GHG Emissions Disclosures」, IFRS Foundation, 2025.06; GRI 102: Climate Change 2025, GSSB, 2025.06.
- “EU’s CBAM will help Asian economies step up their carbon market ambitions”, Carbon Market Watch, 2025.10.
- “중국, 연내 철강·시멘트·알루미늄 산업 ETS 적용 계획”, ESG Economy, 2025; “중국 ‘탄소가격’ 오르기 시작했다… 철강 시멘트까지 ETS 확대”, Newstree, 2025.12.
- “2025년의 국내외 기후공시제도 전망 및 대응 필요성”, 김·장 법률사무소,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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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6년 4월 27일 (제9호 / 통권 18호) · 창간일 : 2025년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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