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포장도 심사받는다 : EU 포장 규제와 식품 수출 공급망의 문서 체계 (인사이트 30호)

제30호|2026년 10월 8일|주간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이시도르연구소

2026년 8월 12일부터 EU에 식품을 수출하는 포장은 네 개의 규제를 동시에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심사는 공장이 아니라 문서를 봅니다. 연 800만 달러를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농식품 수출조직이 포장재 350종을 시험한 결과 약 80%가 불합격이었고, 대응 비용은 100억 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수출액의 열 배가 넘는 계산서 앞에서 유럽 대신 다른 시장을 개발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제30호는 식품 포장에 겹쳐 적용되는 EU 규제 네 가지를 정리하고, 그것이 결국 하나의 공급망 문서 체계로 수렴하는 구조와 한국 공급망이 막히는 지점을 살핍니다.

약어 — PPWR(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 EU 포장·포장폐기물 규정, Regulation (EU) 2025/40) · PFAS(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과불화화합물,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 SUPD(Single-Use Plastics Directive, EU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 Directive (EU) 2019/904) · FCM(Food Contact Materials, 식품접촉물질, 식품에 닿는 포장·용기·기구의 재질) · TD(Technical Documentation, 기술문서, 설계·재질·시험 결과·적합성선언을 담는 적합성 입증 자료의 묶음) · DoC(Declaration of Compliance, 적합성선언, 공급자가 (EU) 10/2011 부속서 IV의 기재사항에 따라 발행해 다음 단계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문서) · AR(Authorised Representative, 공인대리인) ·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확대생산자책임) ·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제조기준) · NIAS(Non-Intentionally Added Substances, 비의도적 첨가물질) · EPS(Expanded Polystyrene, 발포폴리스티렌) ·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페트, 재생 페트는 rPET) · ECHA(European Chemicals Agency, 유럽화학물질청) · REACH(EU 화학물질 등록·평가·허가·제한 규정) · RAC(ECHA 위험평가위원회) · SEAC(ECHA 사회경제분석위원회) ·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들어가며 — 2026년 8월 12일, 식품 포장의 규칙이 바뀌었다

마트 진열대에서 포장 식품을 고르는 소비자

2026년 8월 12일, EU 포장·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27개 회원국에서 동시에 적용을 시작했다. 이날부터 식품에 닿는 포장에 과불화화합물(PFAS)이 개별 물질 기준 25 ppb를 넘으면 EU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 기준은 생산 시점이 아니라 최초 출시 시점이다. 작년에 만들었더라도 아직 EU에 내놓지 않은 재고는 기준을 채워야 하고, 한국에서 포장돼 들어가는 완제품의 포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 변화가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유럽이 한국 식품의 가장 빠른 성장 시장이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로 2026년 상반기 농식품 수출은 70억 5,000만 달러로 역대 상반기 최고였고, 유럽(EU와 영국) 권역은 17.9% 늘어 중동·중남미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런데 EU 수출에서 심사받는 것은 내용물만이 아니다. 포장의 설계·물질·안전이 함께 심사 대상이며, 그 심사는 공장이 아니라 문서를 본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같은 포장 하나에 네 개의 규제가 적용된다. 품목을 금지하는 SUPD, 설계를 규율하는 PPWR, 물질을 제한하는 PFAS 규제, 안전을 증명하게 하는 식품접촉물질(FCM) 규정은 별개의 법이며 각각의 증빙을 요구한다. 넷 중 하나를 통과했다고 나머지가 면제되지 않는다.
  2. 대응의 실체는 시험이 아니라 문서이다. 네 규제의 요구는 기술문서(TD)와 적합성선언(DoC), PFAS 확인서라는 하나의 공급망 문서 체계로 수렴한다. 당국이 요구하면 열흘 안에 내야 하고, 규제 위반 이전에 바이어 실사에서 거래가 끊기는 것이 실무의 순서이다.
  3. 한국 공급망에는 그 문서를 만들 구조가 없다. 연 800만 달러를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농식품 수출조직이 포장재 350종을 시험한 결과 약 80%가 불합격이었고, 대응 비용은 100억 원으로 추산됐다. 포장재 상류에서 문서가 내려오지 않고 정부의 실무 가이드라인도 없다. 규제가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문서가 흐르는 길이 없기 때문이며,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규제는 시장 철수의 계산서가 된다.

하나의 포장, 네 개의 규제

EU 깃발 앞에 놓인 플라스틱 포장과 PPWR 표기

한국 식품기업이 EU에 보내는 김치 파우치 하나를 예로 들면, 그 포장에는 네 층의 규제가 동시에 적용된다.

규제성격근거시행
SUPD품목 규제 (금지·마킹·병뚜껑·EPR)Directive (EU) 2019/9042021.7부터 단계 시행
PPWR설계 규제 (재활용성·재생원료·최소화·라벨)Regulation (EU) 2025/402026.8.12 적용 개시
PFAS물질 규제 (식품접촉 포장 함량 한도)PPWR 제5조, REACH 부속서 XVII(안)2026.8.12, 2027년 이후
FCM안전 규제 (이행 한도·GMP·적합성선언)(EC) 1935/2004, (EU) 10/2011상시 적용
[표1] 식품 포장에 겹쳐 적용되는 EU 규제 / 출처: EUR-Lex 각 법령, ECHA(2026)

어느 규제가 적용되는지는 재질이 아니라 최종 용도가 정한다. 같은 컵이라도 노점에서 젤라또를 담아 팔면 SUPD·FCM·PPWR이 모두 걸리고, 아이스크림 제조사의 포장이면 FCM·PPWR이, 화장품 용기이면 PPWR만 적용된다. 규제가 수출기업에 내려오는 경로는 둘이다. 법적으로는 EU 시장 출시 기준이라 역내 생산품과 수입품을 가리지 않고, 상업적으로는 EU 수입자와 바이어가 자기 의무를 계약 조건과 실사 설문으로 공급자에게 전가한다. 적합성선언·시험성적서·PFAS 확인서 요구는 이미 실무에서 일상이 됐다.

의무의 귀속도 눈여겨봐야 한다. PPWR의 ‘제조자’는 물리적으로 포장을 찍어 낸 회사가 아니라 포장을 설계한 자, 사양을 정한 자, 자기 상표로 출시한 자이다. 주문자 상표 부착(OEM)이나 유통업체 상표(PB) 구조에서는 발주한 브랜드사가 제조자가 되어 기술문서와 적합성선언의 의무를 진다. 한국에도 자원재활용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식품위생법으로 네 영역의 규제 뼈대는 모두 있다. 차이는 “무엇으로 증명하게 하는가”에 있다. 한국은 완제품의 기준·규격 시험 적합을 보고, EU는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문서 연쇄를 본다. 이 차이가 뒤에서 살필 실무 함정의 뿌리이다.

PPWR — 이미 시작된 의무와 2030년

페트병과 통조림, 곡물 포장이 놓인 작업대

PPWR은 30년 된 포장지침(94/62/EC)을 규정(regulation)으로 대체한 법이다. 지침과 달리 회원국 국내법 전환 없이 27개국에 같은 내용이 직접 적용되고, 경과규정이 없다. 2025년 2월 11일 발효해 2026년 8월 12일부터 일반 적용에 들어갔다.

적용 개시와 함께 발동한 의무는 네 가지이다. 첫째, 식품접촉 포장의 PFAS 한도이다. 개별 PFAS 25 ppb, PFAS 합계 250 ppb, 총불소 50 ppm 가운데 하나만 넘어도 출시할 수 없다. 총불소가 50 ppm 미만이면 별도 시험 없이 적합으로 보고, 그렇지 않으면 표적 분석으로 25 ppb와 250 ppb 기준을 확인한다. 의도적 첨가 여부를 따지지 않는 함량 기준이므로 원료나 재생지에 섞여 들어온 PFAS도 걸린다. 가장 위험한 품목은 방유 코팅 종이·판지와 수입 인쇄잉크이다. 둘째, 납·카드뮴·수은·6가크롬 합계 100 ppm 이하의 중금속 기준이다. 셋째, 불필요한 포장을 금지하는 최소화 의무이다. 넷째, 제조자의 적합성 증명과 기술문서 구비 의무이며, EU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역외 생산자는 회원국마다 공인대리인(AR)을 지정해야 한다.

재고의 취급은 두 층위로 나뉜다. 유럽위원회가 2026년 8월 21일 밝힌 해석에 따르면 기준은 생산 시점이 아니라 최초 출시 시점이다. 이미 EU에 출시된 물량은 계속 유통할 수 있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은 재고는 출시하는 시점의 요건을 채워야 한다. 집행은 경고, 비적합 추정과 시정 기회, 판매 금지·리콜의 순서로 진행되며, 기술문서의 오기재는 회복할 수 있지만 설계 자체의 위반은 시정할 수 없다. 회원국은 2027년 2월 12일까지 벌칙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나머지 의무는 시차를 두고 온다. 2028년 8월부터 분리배출 픽토그램과 재질 표시의 EU 공통 라벨이 시작되고, 2030년 1월에는 네 의무가 한꺼번에 도래한다.

의무내용
재활용성모든 포장을 재활용 가능하게 설계, 성능 등급 C 이상만 출시(2038년부터 B 이상)
재생원료플라스틱 포장 최소 함량 — 접촉민감 PET 30%, 접촉민감 기타 10%, 일회용 음료병 30%, 그 외 35%(2040년 상향)
포장 최소화묶음·운송·전자상거래 포장의 빈 공간 비율 50% 이하
금지 품목1.5kg 미만 신선 과채의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숙박업소 미니어처, 외식업장 1인분 소스·설탕 개별 포장
[표2] PPWR의 2030년 1월 의무 / 출처: Regulation (EU) 2025/40 및 부속서 V, 유럽위원회 PPWR 가이던스(2026)

식품 포장은 대부분 “접촉민감” 범주에 들어가므로 재생원료 의무의 대상이 되고, 1.5kg 미만 과채 포장 금지는 한국식 소분·번들 포장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재활용성 등급은 종이에 PE를 코팅한 용기, 알루미늄을 합지한 복합필름, 나일론 합지 파우치처럼 한국 식품 포장에 흔한 다층 복합재질에 특히 불리하다. 단일 소재로 갈 것인지, 복합재질을 유지하며 등급을 입증할 것인지는 포장 설계와 공급 계약을 바꾸는 결정이라 준비에 수년이 걸린다. 세부 판정 기준을 담을 이행법 다수가 늦어져 유럽위원회가 2026년 상반기 실무 가이던스를 내고 금지 품목의 세부 범위는 2027년 2월까지 추가 안내하기로 했지만, 규칙의 골격은 확정됐고 세부만 채워지는 중이다.

이시도르 박사의 Insight Box

PPWR의 PFAS 규칙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대목은 “첨가”가 아니라 “함량”이라는 점이다. 국내 유통용 포장에는 PFAS 일괄 한도가 없어 측정 이력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포장을 그대로 수출하면 25 ppb 검증 공백이 그대로 리스크가 된다. “우리 포장, PFAS를 측정해 본 적이 있는가”가 대응의 첫 질문이다. 전 품목 정밀분석은 비용이 크므로 총불소 스크리닝으로 의심 포장을 좁힌 뒤 표적 분석으로 확정하는 것이 순서이며, 시험은 그 시점·그 시료의 증거일 뿐이므로 레진·코팅·잉크·접착제 단위의 공급자 서면 확약과 변경 통보 조항이 함께 있어야 방어가 지속된다.

SUPD와 PFAS — 현재완료형 규제와 확산하는 규제

녹색 배경에 놓인 일회용 접시와 수저

PPWR이 미래형이라면 SUPD는 현재완료형이다. 2021년 7월 플라스틱 수저·접시·빨대와 함께 발포폴리스티렌(EPS) 식품용기·컵의 시장 출시가 금지됐고, 2024년 7월부터 3리터 이하 음료 용기의 플라스틱 뚜껑은 용기에서 분리되지 않아야 한다. PET 음료병의 재생원료 비율은 2025년 25%, 2030년 30%이다. 식품용기·포장·컵의 수거·청소 비용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원칙에 따라 생산자가 분담하는데, 수입자가 생산자로 간주되므로 그 비용은 EU 거래처에 발생해 납품가 협상으로 돌아온다. 재생원료 의무는 SUPD(음료병)와 PPWR(포장 전반)에 겹으로 존재하며, 겹치는 영역에서는 더 엄격한 쪽이 사실상의 기준이 된다.

PFAS 규제는 포장을 넘어 확산 중이다. 2023년 덴마크·독일·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 5개국이 유럽화학물질청(ECHA)에 1만여 종 PFAS 전체의 REACH 일반 제한을 제안했고, 2025년 10월 범위를 좁힌 개정안이 나온 뒤 2026년 3월 3일 위험평가위원회(RAC)가 의견을 채택했다. 사회경제분석위원회(SEAC)의 공개협의가 2026년 5월 끝났고 연말 최종 의견이 예정돼 있어, 유럽위원회의 부속서 XVII 개정과 심의를 거치면 발효는 2027년 이후로 전망된다. 회원국 단위로는 덴마크가 2020년 7월 종이·판지 식품접촉재의 PFAS 사용을 세계 최초로 금지했다. 미국은 연방 일괄 금지 없이 주법이 확산하는 구조로, 2026년 4월 기준 12개 주가 식품 포장의 의도적 PFAS 첨가를 제한하며 메인주는 2026년 5월부터 식물섬유 기반 식품 포장의 PFAS를 금지했다. EU와 미국 주요 주에 동시에 수출한다면 PFAS 무첨가·저함량 증빙은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공통 진입 요건이다.

FCM — 포장이 식품에 닿는 순간

다양한 재질의 식품 파우치와 연포장 제품

포장이 식품에 닿는 순간 또 하나의 규제가 적용된다. 식품접촉물질(FCM) 규제는 네 층으로 짜여 있다. 골격인 (EC) 1935/2004는 제3조에서 모든 재질에 “인체 위해와 식품 변질을 일으키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추적성과 표시를 정한다. (EC) 2023/2006은 제조의 우수제조기준(GMP)을, (EU) 10/2011은 플라스틱의 허용물질 목록·이행 한도·적합성선언을 정한다. 종이·판지·잉크·코팅·접착제 같은 비조화 재질은 EU 공통 세부법이 없어 수출 상대 회원국의 법과 권고(독일 연방위해평가원 BfR, 스위스 잉크 조례 등)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이행(migration) 시험의 함정은 수치가 아니라 조건이다. 총이행 한도 10 mg/dm²와 물질별 특정이행 한도는 식품 유형과 접촉 시간·온도에 맞는 시뮬런트로 시험해야 유효하다. 김치 파우치는 산성 식품의 장기 보관 조건을, 즉석밥 용기는 전자레인지 가열 조건을 반영해야 하며, 조건이 다른 성적서는 바이어 심사에서 무효 처리된다.

그러나 FCM 적합성의 핵심은 성적서가 아니라 적합성선언(DoC)이다. 재질·제품의 공급자가 발행해 다음 단계 사업자에게 제공하고, 부속서 IV의 기재사항(사업자와 재질 식별, 근거 규정, 사용 조건, 이중용도 첨가제, 기능성 배리어 정보)을 담으며, 시험성적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지원문서로 보유했다가 당국 요구 시 제시한다. 레진에서 필름, 파우치, 식품 브랜드로 이어지는 공급망에서 DoC가 한 단계라도 끊기면 최종 제품의 적합성은 증명 불능이 된다. 다층 복합필름이라면 층마다 재질과 공급자가 다르므로 확보해야 할 문서의 범위도 층의 수만큼 늘어난다.

소명의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김 포장재의 알루미늄층처럼 재활용성에 불리한 소재를 유지하려면 그 소재가 왜 필요한지를 기능별로 입증해야 한다. 차광은 유통기한 전 기간의 색도 변화로, 방습은 바삭함의 기준을 세워 관능 평가로, 산소 차단은 산가 기준으로 각각 증명하고, 대체재(EVOH 등)가 그 기능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비교 자료까지 갖춰야 한다. 한 소재의 필요성을 소명하는 데 1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실무의 추산이다.

FCM 규제는 계속 움직인다. 비스페놀A와 유해 비스페놀류의 식품접촉재 사용을 금지한 (EU) 2024/3190이 2025년 1월 20일 발효해 품목별 18~48개월의 유예가 진행 중이고, 플라스틱 규정을 개정한 (EU) 2025/351은 비의도적 첨가물질(NIAS)의 순도 기준을 강화하면서 구 규정 적합 재고의 출시를 2026년 9월 16일까지만 허용했다. 식품접촉용 재생플라스틱은 (EU) 2022/1616에 따라 승인·등록된 재활용 공정의 산물만 쓸 수 있는데, PPWR의 2030년 재생원료 의무가 바로 이 FCM 적합 재생원료의 수요를 폭증시킨다. “재생원료를 쓰라”는 규제와 “아무 재생원료나 쓰면 안 된다”는 규제가 만나는 지점이 식품 포장이며, 조달 전략을 미리 세우지 않으면 병목에 갇힌다.

이시도르 박사의 Insight Box

실사 현장에서 가장 자주 보는 세 가지 함정이 있다. DoC 없이 시험성적서만 있는 경우, 재질 배합이나 공급자가 바뀌었는데 3년 전 성적서를 쓰는 경우, “PFAS 안 씁니다”라는 구두 확약만 있는 경우이다. 셋 다 심사에서는 “적합성 미증명”으로 처리된다. 공통점은 시험이 아니라 문서와 계약으로 예방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이다. 선의도 품질도 문서로 번역되어야 전달된다. 문서가 정연한 회사는 같은 실사를 영업 기회로 바꾼다.

규제는 하나의 문서 체계로 수렴한다

회의 탁자 위에서 계약서를 검토하는 사람들

앞의 모든 규제는 결국 같은 요구로 귀결된다. 문서를 보유하고 제시하라. PPWR 제15조는 당국의 이유 있는 요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기술문서를 내도록 정하는데, EU 당국은 발송일을 기준으로 세므로 한국 기업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은 닷새 안팎이다. 문서는 일회용 포장 5년, 재사용 포장 10년을 보관해야 한다. 역내에 공인대리인이나 수입자를 두는 실질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EU 바이어와 수입자의 실사 설문과 계약 조항도 같은 문서를 요구하며, 제출하지 못하면 규제 위반 이전에 거래가 끊긴다. 문서관리의 본질은 보관이 아니라 유효성과 변경의 관리이다. 시험성적서에는 유효기간이 있고 재질·공급자가 바뀌면 무효가 된다.

문서는 물류와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 원료 공급자의 DoC와 PFAS 확인서, 포장재 제조자의 DoC와 이행시험 성적서, 식품기업의 기술문서와 적합성 파일이 사슬로 이어지고, 상류의 결손 하나가 하류 전체를 멈춘다. 어느 단계에 있든 상류에 요구하고 하류에 답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단계할 일산출물
인벤토리SKU × 포장재·원료 × 공급자 매트릭스 작성포장·원료 목록
수집공급자별 DoC·성적서·확인서 수집, 요청 양식 표준화문서 파일
갭 분석누락·만료·사용조건 불일치 식별, 필요한 시험만 발주갭 리스트
유지계약에 변경 통보 조항, 연 1회 갱신 점검, 버전 관리갱신 루틴
[표3] 공급망 문서 체계 구축의 네 단계 / 출처: 이시도르 지속가능연구소

순서가 곧 비용이다. 인벤토리와 갭 분석 없이 시험부터 발주하면 불필요한 시험비를 쓴다. 문서로 닫을 갭과 시험이 필요한 갭을 먼저 가르는 것이 대응의 핵심이며, 진단(1~2개월), 보완(3~6개월), 정착(상시)의 순서를 지켜야 2년 뒤에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는다. 품목이 많을 때는 재질을 기준으로 문서를 묶는다. 용량이나 제품명이 달라도 재질과 구조가 같으면 같은 문서로 갈 수 있고, 뚜껑·용기·라벨 같은 구성품은 하나의 단위로 묶되 재활용성만 개별 평가한다. 공급자가 자료를 주지 않을 때의 순서도 정해 둘 필요가 있다. 요약 양식으로 최소 정보를 먼저 받고, 제3자 성적서로 대체하고, 비밀유지계약으로 배합 정보를 보호해 주고, 그래도 안 되면 공급자를 바꾸는 네 단계이다.

한국 공급망은 왜 대응하지 못하는가

식품 매장에서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

규칙은 명확하고 순서도 알려져 있는데, 현장은 왜 막히는가. 이시도르 지속가능연구소가 2026년 9월 국내 식품 수출기업들의 대응 실태를 검토한 결과는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을 가리킨다.

첫째, 비용이 시장 규모를 넘어선다. 유럽에 연 800만 달러를 수출하는 국내 한 농식품 수출조직은 냉장 떡류, 유리병 유자차, 김치류, 복합재질 트레이의 김, 고춧가루 등 약 350개 품목의 포장재를 시험기관에 의뢰했고, 약 80%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불합격의 1순위 원인은 인쇄잉크의 함량 초과였다. 포장재 교체와 기존 재고 처리를 합친 대응 비용은 약 1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수출액의 열 배가 넘는 비용 앞에서 조직 내부에서는 유럽 대신 미국이나 동남아를 개발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규제가 실제로 시장 철수 검토를 유발한 사례이다.

둘째, 문서가 상류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포장재 업체에 자료를 요청하면 잘해야 한 달에 하나를 받고, 받은 자료도 네 항목 중 두 항목만 시험돼 있어 결국 쓰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 연간 15만 장을 찍는 소량 거래처에 포장재 업체가 “그냥 그만하시라”고 답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 주문자 상표 제조사(OEM)조차 아직 정보를 갖추지 못했고, 연포장 업체는 대기업이 아니라 영세 사업장에서 원단을 받아 쓰는 경우가 많아 자료 확보 자체가 안 된다. 구조적 차이도 있다. 화장품은 대기업이 정리한 규제 정보가 하청으로 흘러내리는데, 식품은 대기업이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버려 그 정보가 산업 전체로 흐르지 않는다. 교육의 대상을 브랜드사가 아니라 OEM과 원단 업체라는 상류로 올려야 하는 이유이다.

셋째, 정책의 총괄이 비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검사비와 기술문서·적합성선언 작성 대행을 지원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낮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농식품부가 모두 얽혀 있는데 사안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예산을 확보할 담당이 없어, 설명회는 많이 열리지만 기업은 자기 재원으로 하거나 포기를 택한다. 수출용 포장에 적용 가능한 소재·구조 가이드라인은 정부가 만들어야 할 일인데 아직 없다. 현장의 요청은 명확하다. PPWR이 무엇인지는 이제 다들 안다. 필요한 것은 이 재질에 이 문서를 어떻게 쓰느냐이다. 개념 교육은 포화했고 실무 공백은 그대로이다.

이시도르 박사의 Insight Box

“국내 적합이면 EU도 적합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답은 “아니다”이다. 이유는 규제 수준이 아니라 증명 방식에 있다. 한국은 완제품 시험 적합을, EU는 공급망 문서 연쇄를 본다. 국내 시험성적서만으로는 EU 요구를 채울 수 없다. 재생원료도 EU는 함량 의무에 식품접촉 승인 공정(2022/1616)이라는 이중 요건을 두므로 국내 조달 기준으로는 미달할 수 있다. 다만 방향은 수렴한다.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2024), 생산자책임재활용 전 품목 확대(2026), 자원재활용법의 부피 기준 최소화 규정(2027년 마련 예정)은 한국도 같은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금 EU 기준으로 갖추면 국내의 다음 규제까지 선점한다. 그리고 800만 달러 대 100억 원이라는 계산서가 말해 주듯, 그 준비를 기업 하나가 감당하게 두는 것은 산업 전체의 손실이다. 문서가 흐르는 길은 산업과 정부가 함께 놓아야 한다.

한국 식품 수출기업에의 시사점 — 실무 권고 여섯 가지

해외 매장에 진열된 김치와 장류 등 한국 식품

한국의 대표 EU 수출 식품인 고추장·된장·김치의 플라스틱 용기는 PPWR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 aT의 수출정보 안내는 이들 품목에 대해 비스페놀A 기준, 식품접촉 플라스틱의 NIAS 독성 평가, 포장 코팅의 PFAS 검증을 우선 점검 사항으로 꼽는다. KTR·KCL 등 8개 시험기관이 PPWR 대응 시험 협력체계를 구축했지만, 정부 차원의 PPWR 특화 안내서는 확인되지 않으며 국내 언론은 “한국만 느긋한 PPWR”이라는 표현으로 준비 격차를 지적한다.

1. 포장 인벤토리부터 만든다

SKU별 포장 재질·구조·공급자 목록이 모든 대응의 출발점이다. 재질이 같은 품목은 문서를 묶어 작업량을 줄인다.

2. 제조자가 누구인지 먼저 확인한다

OEM·PB 구조에서는 발주 브랜드사가 PPWR의 제조자이다. 의무의 귀속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EU 소비자 직접 판매가 있으면 공인대리인을 지정한다.

3. PFAS는 스크리닝 후 정밀 분석으로

총불소 시험으로 의심 포장을 좁히고 표적 분석으로 확정하며, 코팅·잉크·접착제 단위의 공급자 확인서를 함께 확보한다. 수입 인쇄잉크를 1순위로 본다.

4. DoC는 수령 즉시 부속서 IV로 검수한다

사용 조건이 빠졌거나 시험 조건이 실제 용도와 다르면 반려하고 재발행을 요구한다. 공급 계약에 배합·공급자 변경 통보 조항을 넣고, 자료를 주지 않는 공급자에게는 요약 양식·제3자 성적서·비밀유지계약·교체의 순서로 대응한다.

5. 열흘 안에 낼 수 있게 준비한다

기술문서와 지원문서를 품목별로 편철해 두고, 당국 요청이 올 창구(공인대리인·수입자)와 담당자를 정한다.

6. 2030년 설계 로드맵을 제품 개발 일정에 넣는다

재활용성 등급, FCM 적합 재생원료 조달, 다층 복합재질의 단일 소재 전환 또는 소명 자료 확보, 소분·번들 포장의 수출용 분리 설계는 지금 시작해야 2030년에 맞는다.

참고자료

  • 유럽연합, Regulation (EU) 2025/40 on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PPWR), 2025.1.22 관보, 2026.8.12 적용(제15조 기술문서 제출, 제68조 벌칙).
  • 유럽연합, Directive (EU) 2019/904 on the reduction of the impact of certain plastic products on the environment(SUPD), 2019.6.
  • 유럽연합, Regulation (EC) No 1935/2004(식품접촉물질 기본규정) · Regulation (EU) No 10/2011(플라스틱 FCM) · Regulation (EU) 2022/1616(재생플라스틱 FCM) · Regulation (EU) 2024/3190(비스페놀A 금지) · Regulation (EU) 2025/351(플라스틱 FCM 개정).
  • 유럽위원회, 「Practical guidance and FAQs on the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제조자 정의·재고 취급 해석 포함), 2026.3~8.
  • 유럽화학물질청(ECHA), REACH PFAS 일반 제한안 RAC 의견 채택(2026.3.3) 및 SEAC 공개협의 안내, 2026.
  • Safer States, 「2026 Analysis of State Policy Addressing Toxic Chemicals and Plastics」, 2026.
  • 농림축산식품부, 「2026년 상반기 K-Food+ 수출 실적」 보도자료, 2026.7.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KATI),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 시행」 및 「PPWR 적용에 따른 업계 주요 문의사항에 대한 전문기관 자문」, 2026.
  • FITI시험연구원·KTR·KCL 등, 「EU PPWR 대응 포장재 시험분석 협력체계 구축」, 2026.
  • 이시도르 지속가능연구소, 국내 식품 수출기업 EU 포장 규제 대응 실태 검토, 2026.9.

본 자료는 이시도르 지속가능연구소가 공개 정보와 기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으로, 특정 사업·투자에 대한 권유가 아닙니다. 인용된 기준·제도 일정은 각 출처의 발행 시점 기준이며, 이행법 채택과 제도 확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기업 사례는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PDF 원본 내려받기

편집·디자인이 적용된 원본 PDF는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제30호 PDF 내려받기

(주간)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발행일 : 2026년 10월 8일 (제21호 / 통권 30호) · 창간일 : 2025년 9월 1일
발행인·편집인 : 유병덕 · 발행처 :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주식회사 부설연구소
주소 : 충북 청주시 봉명로 31 T1타워 1007호 · ISSN 3140-5401

문의 : 이시도르연구소 043-845-9792 · 오탈자 및 제보 : isidor@isi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