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온실가스 회계는 지난 20년 사이 ‘조직 전체의 배출량’을 산정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왔습니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실제 무대는 다시 ‘제품’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어떤 강철, 어떤 시멘트, 어떤 화학원료를 사느냐가 곧 한 기업의 Scope 3 성과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제19호는 ISO와 GHG Protocol이 2028년까지 제품 탄소회계를 단일 표준으로 통합하려는 공동작업반의 출범과 기술적 혁신, 그리고 CBAM과 맞물린 한국 기업의 시계를 전문으로 다룹니다.
약어 — PCF(제품 탄소발자국, Product Carbon Footprint) · LCA(전과정평가) · CBAM(EU 탄소국경조정제도) · Pact(Partnership for Carbon Transparency) · JWG(공동작업반) · WD2(Working Draft 2) · NSB(각국 표준화기구) · PCR(제품 카테고리 규칙) · PEF(EU 제품환경발자국) · IFCMA(OECD 탄소감축 접근 포괄포럼) · SBTi(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들어가며: 왜 지금 ‘제품 탄소회계’인가
기업의 온실가스 회계는 지난 20년 사이 ‘조직 전체의 배출량(Corporate Inventory)’을 산정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왔다. 그러나 의사결정의 실제 무대는 다시 ‘제품(Product)’으로 돌아오고 있다. 어떤 강철, 어떤 시멘트, 어떤 화학원료를 사느냐가 곧 한 기업의 Scope 3 성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이 2026년 1월 본격 시행되면서, 제품 단위 배출량 데이터는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통관이 안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산출하는 표준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ISO 14067, GHG Protocol Product Standard, EU의 PEF, 일본 카본풋프린트 가이드라인, 미국 EPA의 산업별 가이드, 산업별 PCR(Product Category Rules) 등 수십 개의 방법론이 같은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서로 다른 숫자로 보고하게 만든다. 데이터는 늘어나는데 의사결정의 신뢰는 오히려 떨어지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2026년 4월 24일, ISO와 GHG Protocol은 이 역설을 정면으로 다룬 공개 웨비나를 열었다. 웨비나의 제목은 「ISO-GHG Protocol Product-Level Carbon Accounting: What’s Next?」였다. 본 호는 이 웨비나의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고, 한국 기업·정책 입안자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짚는다.
“제품 탄소발자국(PCF)은 탈탄소의 ‘통화(currency)’입니다. CBAM 이후로는 가격·품질에 이어 ‘탄소’가 거래의 세 번째 변수가 되었습니다.”
웨비나 개요: COP30 액션 어젠다의 산물
2025년 11월 브라질 벨렘(Belém)에서 열린 COP30에서, 의장국은 ‘액션 어젠다(Action Agenda)’를 발표하며 ISO와 GHG Protocol에 기업·제품·프로젝트 세 차원의 글로벌 탄소회계 표준을 ‘하나의 정합 체계’로 통합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두 기관은 2028년까지 통합된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합의했고, 그 첫 결실로 2026년 2월 9일 ‘제품 차원’ 공동작업반(Joint Working Group, JWG)의 구성을 발표했다.
웨비나는 두 부분으로 진행됐다. 1부는 산업·기술·정책 세 분야의 실무 전문가가 “왜 PCF가 아직 의사결정을 이끌지 못하는가”를 토론했고, 2부는 공동작업반 두 의장이 표준 개발 일정과 기술적 혁신을 발표했다.
| 구분 | 연사 | 소속·직함 |
|---|---|---|
| 좌장 | Katie Klipp | ISO 홍보책임자(Head of PR) |
| 1부(전문가 인사이트) | Alessandro Pastillo | BASF, 지속가능성·디지털 전략 프로젝트 디렉터 |
| 1부 | Naama Avni Kadouch | Pact(Partnership for Carbon Transparency) 디렉터 |
| 1부 | Anasuya Sujuraj | OECD 경제학자, IFCMA 담당 |
| 2부 | Daniele Pernigotti | ISO 측 공동의장 |
| 2부 | Amir Safaei | GHG Protocol 측 공동의장 |
좌장이 ‘ISO’라는 의미 — 1부 좌장이 ISO 홍보책임자였다는 사실은 단순히 의전(儀典)의 문제가 아니다. ‘제품 탄소회계’가 더 이상 환경공학자들의 기술 토론이 아니라, 무역·통상·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으로 넘어왔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ISO가 PR 차원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왜 PCF가 의사결정을 못 이끄는가
좌장 Katie Klipp은 토론을 “단 하나의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으로 열었다. 세 패널의 답은 표면적으로는 달랐지만, 결국 같은 곳을 가리켰다.
Alessandro Pastillo(BASF) — “인센티브가 없다”
BASF의 Alessandro Pastillo는 “제품 탄소발자국 산정은 데이터 집약적이고, 전문성이 필요하며, 공급망 성숙도가 낮은 분야”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저탄소 제품을 만들면 새 거래를 따낼 수 있나요? 마진이 늘어나나요? 안타깝게도 시장은 그런 인센티브도, 안 했을 때의 디스인센티브도 거의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한 가지 도발적인 진실을 짚었다. “PCF를 계산하는 행위 자체는 단 1g의 배출도 줄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늘립니다.” 정작 보상받아야 할 것은 ‘계산’이 아니라 ‘감축’인데, 현행 표준은 계산 방법론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Naama Avni Kadouch(Pact) — “질문이 틀렸다”
Pact는 5년에 걸쳐 수천 개 기업이 수백만 건의 PCF를 교환하도록 만든 글로벌 데이터 인프라다. Naama는 그동안의 학습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우리는 5년간 ‘이 데이터의 품질이 충분한가?’를 물어왔습니다. 잘못된 질문이었습니다. 옳은 질문은 ‘무엇을 위해 충분한가(good enough for what)’입니다.”
데이터 품질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다. 어떤 결정을 내릴지(공급사 평가? 제품 재설계? 규제 보고? 자본 조달?)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의 정밀도와 보증(Assurance) 수준이 달라진다. ‘무엇을 위해’를 먼저 정의하면, 공급업체와의 협상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다.
Anasuya Sujuraj(OECD) — “단편화가 곧 비용”
OECD는 IFCMA(Inclusive Forum on Carbon Mitigation Approaches)를 통해 30여 개국의 탄소집약도 메트릭을 비교 분석해 왔다. Anasuya는 표준의 다중성이 ‘다양한 정책 활용’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기업의 보고 부담 증가, 정부 행정 비용 증가, 글로벌 공급망 교란 위험, 그리고 정책 입안자가 ‘숫자 뒤의 의미’를 해독하기 어려워 정책의 인센티브 설계 자체가 약화되는 부작용을 지적했다. 그는 “정책·기술·기업의 문제는 ‘맞물린 톱니바퀴’와 같다”며, 어느 하나를 먼저 고친다고 나머지가 자동으로 풀리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 답변의 공통 코드 — 세 전문가의 답변은 표면적으로는 ‘인센티브 부재(BASF)’, ‘질문의 오류(Pact)’, ‘단편화(OECD)’로 다르지만, 본질은 하나다. 현행 시스템은 ‘데이터 생산자’만 비용을 지고, ‘데이터 사용자’는 보상을 못 한다. 이 비대칭이 풀리지 않으면 어떤 좋은 표준이 나와도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세 가지 관점: 기업·기술·정책
웨비나가 보여준 가장 큰 가치는 동일한 문제를 ‘기업 운영자, 기술 인프라 운영자, 정책 입안자’의 세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비추었다는 점이다. 각 관점이 보는 PCF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 관점 | 핵심 관심사 | 가장 큰 장애물 | 원하는 변화 |
|---|---|---|---|
| 기업(BASF) | 1차 데이터 기반 PCF로 감축량 입증 | 인센티브 부재, 공급망 성숙도 낮음 | 매스밸런스·시장기반 회계 인정 |
| 기술 인프라(Pact) | 표준 간 상호운용성, 한 번 계산해 여러 번 사용 | 사일로화된 시스템·중복 보고 | ‘설계 단계부터의 상호운용성’ |
| 정책(OECD) | 정책 신호의 명확성, 비교가능성 | 표준의 단편화로 정책 의도 왜곡 | 일관된 메서드 + 분야별 유연성 |
OECD의 Anasuya Sujuraj는 이렇게 말했다. “정책은 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시장·기술·방법론이 함께 움직이는 환경에서 진화합니다. 한쪽 톱니가 움직이면 다른 톱니도 따라옵니다.” 이 세 관점이 공통적으로 동의한 핵심은 ‘제품 차원의 회계가 더 이상 회피 가능한 선택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CBAM은 정책이, Pact 네트워크는 기술이, BASF 같은 다국적 기업의 공급망 요구는 시장이 이 방향을 강제하고 있다.
Pact의 ‘운영 인프라’: 정책의 부재를 채우다
웨비나에서 Naama가 소개한 Pact는 한국 실무자에게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글로벌 데이터교환 표준이다. 2020년 WBCSD가 호스팅해 출범했고, 2026년 기준 누적 PCF 발급량은 4백만 건 이상, 참여 기업·기관은 수천 개에 이른다. 48개 이상의 솔루션이 Pact 데이터 모델·교환 API와 호환되며, 거버넌스 원칙은 각 조직이 데이터 주권을 유지하면서 누구에게 어떤 입자도(granularity)의 데이터를 줄지 자율 결정하는 방식이다.
Naama의 표현을 빌리면, Pact는 “계산은 한 번, 사용은 여러 번(calculate once, use multiple times)”이라는 원칙을 운영 인프라로 구현했다. 동일한 1차 데이터(activity data, 배출계수 등)를 한 번 산출하면, CBAM 보고용·SBTi 보고용·고객사 Scope 3 보고용 등 여러 ‘데이터 패키지’로 변환되어 재사용된다.
Pact는 왜 ‘선택’이 아닌가 — 한국 기업이 EU·일본·미국에 모두 수출하면서 각각의 PCF 보고 요구를 별도 시스템으로 처리한다고 가정해 보자. 같은 제품의 같은 배출량을 세 번 계산하고, 세 번 검증받는 비용은 곧 가격경쟁력의 누수다. Pact 같은 ‘교환 인프라’에 일찍 연결할수록, 표준이 바뀌더라도 그 변화가 ‘데이터 패키지의 변환’ 수준에서 흡수된다. 표준 변경 리스크를 흡수하는 ‘충격 흡수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표준의 단편화는 곧 ‘세금’
Naama는 CBAM에 대해 의미심장한 평가를 내놓았다. “CBAM은 인프라보다 앞서 갔다(ahead of the infrastructure).” 즉, 규제는 시행되었는데, 그 규제를 만족시킬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는 아직 모든 공급망 말단까지 깔리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동시에, 같은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도 어떤 공급업체는 PCF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결과적으로 한 산업 안에서 ‘과잉규제 지역’과 ‘인지조차 없는 지역’이 공존한다. 이런 비대칭은 글로벌 공급망 자체의 분절을 가속한다.
웨비나에서 Naama가 가장 강조한 단어는 interoperability by design이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각국과 산업이 자신의 고유 요구사항을 가지는 것은 전적으로 정당합니다. 그러나 그 요구사항을 ‘처음부터(by design)’ 상호운용성을 전제로 설계하지 않고, 사후약방문처럼 끼워 맞추려 하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는 단순히 ‘표준을 통일하자’가 아니라, ‘여러 표준이 공존하더라도 같은 데이터가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ISO-GHG Protocol 공동표준이 매스밸런스, 시장기반회계, 결과적 회계 등 다양한 접근을 ‘인정 가능한 옵션’으로 포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lessandro는 향후 글로벌 표준이 반드시 포함해야 할 두 요소로 다음을 꼽았다. 첫째, 매스밸런스(Mass Balance) 인정 — 화학·바이오 분야에서 저탄소 원료가 일반 원료와 물리적으로 혼합되더라도, 전체 인풋 중 저탄소 원료 비중만큼을 특정 제품에 할당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둘째, 전력의 시장기반 회계(Market-based Accounting) 인정 — 재생에너지 PPA, REC 등 시장기반 메커니즘이 PCF 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명시하는 것이다. 이 두 메커니즘이 인정되어야 비로소 “저탄소 제품을 만든 사람이 저탄소 제품으로 보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매스밸런스가 왜 한국에 중요한가 — 한국 화학·정유·철강 산업은 본격적인 저탄소 전환 전 단계에서, 저탄소 원료(예: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그린수소, 폐식용유 등)를 점진적으로 투입하는 전환 모델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매스밸런스 인정은 이러한 ‘전환기 투자’가 PCF 보고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표준이 매스밸런스를 부정하면, 한국의 전환 투자는 회계상 ‘보이지 않는 노력’이 된다.
ISO-GHG Protocol 공동작업반의 출범
2부의 두 공동의장 Daniele Pernigotti와 Amir Safaei는 공동작업반의 출범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핵심 수치는 다음과 같다. 공동작업반 결성은 2026년 2월 9일 GHG Protocol 측 참여자 발표로 이루어졌고, GHG Protocol 측 공개모집에는 450건 이상의 지원이 몰렸다. 참여 국가는 50개국 이상, 참여 조직은 410개 이상이며, 선발된 GHG Protocol 측 전문가는 23명(점진적 확대 예정)이다. 기존 ISO 워킹그룹(WG8) 전문가들과 통합 운영된다.
공동작업반의 핵심 도전은 두 기관의 거버넌스 절차를 ‘병렬’로 운영하는 것이다. ISO는 각국표준화기구(NSB)를 통한 미러 위원회(Mirror Committee) 메커니즘을 사용하고, GHG Protocol은 공개 의견수렴(Public Consultation)을 사용한다. 두 절차의 시간표를 일치시키지 못하면 마지막에 결과물을 다시 합쳐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GHG Protocol 공동의장 Amir Safaei는 “우리는 두 조직의 거버넌스 프로세스를 ‘병렬’로 진행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처음부터 다시’ 그리는 일이 없도록”이라고 설명했다.
| 단계 | ISO 절차 | GHG Protocol 절차 |
|---|---|---|
| 전문가 풀 | 각국 표준화기구(NSB) 추천 전문가 | 공개모집(Open Call) 기반 전문가 |
| 의견 수렴 | 미러 위원회 > 공식 코멘트 라운드(WD/CD/DIS/FDIS) | 공개 협의(Public Consultation) |
| 의사결정 | 각국 NSB의 투표권 행사 | GHG Protocol 사무국·운영위원회 |
| 강제력 | ISO 회원국 통한 국가 표준화 가능 | 자발적 채택, 그러나 사실상 글로벌 표준 |
| 활용 분야 | 인증·검증 인프라 강함 | 기업 실무·SBTi·CDP와 직결 |
이 두 체계가 결합되면, 새 통합 표준은 ‘ISO의 인증 인프라 + GHG Protocol의 실무 친화성’이라는 두 강점을 동시에 갖게 된다.
기술적 혁신: 매스밸런스, 다중 진술, 결과적 회계
Daniele이 발표한 ‘Working Draft 2(WD2)’의 핵심 기술 혁신은 세 가지다.
혁신 ① 매스밸런스·유통관리 통합 ‘3-컬럼 표’
웨비나에서 Daniele이 “이름이 꽤 유명해진 3-컬럼 표”라고 농담조로 언급한 이 도구는, 기존에 LCA 표준과 충돌하던 매스밸런스·유통관리(Chain of Custody) 모델을 PCF 산정에 ‘유형별로 통합’하는 도구다. 기존 ISO 22095(유통관리 일반 원칙)와 새로 개발 중인 ISO 13662가 이 표의 기술적 토대를 이룬다.
| 모델 | 정의 | 활용 사례 |
|---|---|---|
| 동일성 보존(Identity Preservation) | 단일 출처의 원료가 별도로 추적 | 유기농 단일 농가 원료 |
| 물리적 분리(Segregation) | 인증 원료와 일반 원료가 분리 보관 | 인증 팜오일 |
| 매스밸런스(Mass Balance) | 인증 원료와 일반 원료가 혼합되나 비율로 할당 | 재활용 플라스틱, 그린수소 |
| 통제된 혼합(Controlled Blending) | 비율 사양에 따라 혼합 | 바이오연료 블렌딩 |
혁신 ② 다중 진술 보고(Multi-Statement Reporting)
종전에는 한 제품의 PCF가 단일 숫자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같은 데이터라도 ‘어떤 의도(Intended Use)’에 쓰는지에 따라 가공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의 학습이었다. WD2는 이를 정면으로 인정하고, 동일 제품에 대해 ‘의도별’로 복수의 PCF 진술을 동시에 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예를 들어 고객 응답용(B2B)에는 매스밸런스를 적용해 인증 원료 비중을 반영하고, 내부 설계 의사결정용에는 기여 분석을 위한 모듈별 분해를, 프로그램 비교용에는 표준 PCR을 따른 동일성 보존 기반 산정을 각각 제시하는 식이다.
혁신 ③ 결과적 회계(Consequential Accounting)의 할당 방법론 정밀화
기존 LCA 세계는 ‘귀속적 회계(Attributional)’와 ‘결과적 회계(Consequential)’를 엄격히 구분해 왔다. 그러나 시장은 점점 ‘이 결정이 시스템 전체의 배출량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따지는 결과적 회계를 요구한다(예: 그린수소 1톤 구매가 전력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효과). WD2는 LCA 세계와의 정합성을 유지하면서도, 결과적 회계의 할당 접근법을 표준 안으로 ‘유형화’하여 도입한다. Daniele의 표현으로는 “세 번째로 중요한 혁신”이다.
세 혁신이 의미하는 것 — 이 세 혁신은 모두 “현실의 다양성을 표준 안으로 끌어들이되, 임의성은 차단한다”는 동일한 철학을 따른다. 매스밸런스를 무조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4개 모델로 ‘유형화’하고, 다중 진술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Intended Use)’를 명시하게 하며, 결과적 회계도 ‘할당 방법론’을 통제한다. 이는 한국 실무자에게도 중요한 시그널이다 — 더 이상 ‘우리 산업은 특수해서 표준에 안 맞는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표준 개발 일정과 참여 방법
웨비나에서 발표된 공식 일정은 다음과 같다.
| 시점 | 마일스톤 | 비고 |
|---|---|---|
| 2025.11 | COP30(벨렘) — 액션 어젠다 발표, ISO·GHGP에 통합 임무 부여 | 의장국 권한 |
| 2026.02.09 | 공동작업반 출범, 23명 GHGP 측 전문가 선발 | 450+ 지원 |
| 2026.02 | 첫 공동 웨비나(전체 개관) | ISO·GHGP 공동 |
| 2026.04.24 | 두 번째 웨비나(제품 차원 심층) | 본 호의 출발점 |
| 2026.04~05 | Working Draft 2 코멘트 기간 | ISO 회원국·미러위원회 의견 |
| 2026.06 | 코멘트 분석 | 공동작업반 |
| 2026.07 | 서울(Seoul) 회의 — 코멘트 정리 | 한국 업계의 직접 참여 기회 |
| 2026 중반 | 공개 협의 초안(Public Consultation Draft) 발표 | 전 세계 의견 수렴 |
| 2026 말~2027 초 | 최종 발표·발효 | 두 기관 공동 로고 |
| 2028 | 기업·제품·프로젝트 통합 인프라 완성 | COP30 액션 어젠다 목표 |
웨비나에서 두 의장이 청중에게 직접 권고한 참여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GHG Protocol 측 — 공식 사이트(ghgprotocol.org)에서 이메일 업데이트 구독, 공개 협의 단계에서 의견 제출. 둘째, ISO 측 — 본인 국가의 표준화기구(한국은 KSA)를 통한 미러 위원회 참여. 셋째, 파일럿 테스팅 — 향후 발표될 파일럿 프로그램에 기업 단위로 신청.
‘서울 회의’의 의미 — 2026년 7월 서울에서 코멘트 정리 회의가 열린다는 점은 한국 산업계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표준협회(KSA),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그리고 KOSHA·KCS 등 인증기관이 미러 위원회 차원에서 의견을 적극 개진할 수 있도록 산업계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CBAM과 연결된 시계
EU CBAM은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었고, 한국 산업계는 그 영향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주요 통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CBAM 적용 품목은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수소·전력이며, 한국 기업의 CBAM 인증서 비용 추정(2026~2034 누적, 高 ETS 시나리오)은 약 5억 8,800만 달러(8,470억 원)다. POSCO 열연(HRC)의 단위 비용은 2026년 약 €71/톤에서 2034년 풀 단계에서 €259/톤으로 오른다. 한국·EU ETS 가격 격차(2025년 기준)는 약 USD 63.92/tCO₂e로 중국·독일·영국·스위스보다 크다. 한국환경공단(K-eco)은 100개 기업에 무상 현장 지원과 데이터 산출 1:1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이 시기에 ISO-GHG Protocol 공동표준이 등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새 표준이 하나 더 생긴다’가 아니라 ‘CBAM이 의지하게 될 글로벌 기준선’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시사점 1: ‘계산 한 번, 사용 여러 번’ 인프라에 일찍 연결하라
PCF를 산업별·시장별로 따로 산출하는 모델은 곧 한계에 부딪힌다. Pact 네트워크 같은 글로벌 데이터 교환 인프라에 연결되어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호환 소프트웨어가 48개 이상이 시장에 나와 있으므로, 도입 비용은 수년 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시사점 2: 매스밸런스 회계 역량을 미리 구축하라
저탄소 전환은 점진적이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바이오 메탄올, 그린 수소, 폐식용유(UCO) 등 저탄소 원료의 부분 투입이 ‘회계상 인정’받으려면 매스밸런스 회계 절차가 사내에 갖춰져 있어야 한다. ISO 22095(유통관리 일반)와 곧 발표될 ISO 13662가 그 기술적 기반이다.
시사점 3: ‘무엇을 위한 데이터인가’를 사내에서 먼저 정의하라
PCF 데이터 수집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이 데이터로 무슨 결정을 할 것인가’다. CBAM 보고용·고객 응답용·SBTi 목표 추적용·내부 R&D용은 모두 다른 데이터 패키지를 요구한다. 이를 사전에 정의해야 공급업체에 명확한 요청이 가능해진다.
시사점 4: 2026년 7월 서울 회의를 활용하라
7월 서울에서 열리는 코멘트 정리 회의는 ‘한국 산업의 의견을 표준에 반영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창구다. 한국 화학·철강·반도체·자동차 산업협회가 표준화기구를 통해 적극적인 입장을 정리해 두어야, 표준이 ‘한국 산업에 불리한 디테일’을 안고 발효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미 수백만 건의 PCF가 시장을 떠돌고 있습니다. 이 모든 노력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새 표준은 안 됩니다. 단순함을 유지하고,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하세요.”
결론: ‘한 번 계산해서 여러 번 쓴다’
웨비나의 마지막 메시지는 두 의장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나왔다. “우리는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We are not starting from a blank paper).”
ISO 14067은 이미 20년간 활용되어 왔고, GHG Protocol Product Standard는 사실상 글로벌 표준이다. 두 표준은 새 통합 표준이 발효된 뒤에도 한동안 ‘과도기 표준’으로 병행 사용될 것이다. 그 과도기는 짧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향은 정해졌다. 2028년까지 기업·제품·프로젝트 세 차원에서 통합된 글로벌 탄소회계 인프라가 완성될 것이고, 그 인프라는 CBAM 같은 ‘무역 도구’와 SBTi 같은 ‘목표 도구’의 공통 언어가 될 것이다. 한국 산업이 이 언어를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추는 데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수요는 세 기둥에서 나옵니다 — 규제(top-down), 구매자 요구(buyer demand), 자본 접근(access to capex). 이 세 기둥이 ‘충분히 좋은 데이터’가 무엇인지에 합의하면, 산업은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그 합의를 ‘설계 단계부터의 상호운용성’ 위에 세웁시다.”
‘제품 탄소회계’는 더 이상 환경 부서의 비용센터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의 ‘세 번째 변수(가격·품질·탄소)’를 제시하는 능력이며, 곧 경쟁력 그 자체다. 2026년 4월 24일, 그 새로운 시계는 다시 한 번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참고자료
- ISO & GHG Protocol(2026.04.24), 「ISO-GHG Protocol Product-Level Carbon Accounting: What’s Next?」 webinar — 발언자 전사본(약 9,700단어). 본 호의 1차 자료.
- GHG Protocol(2025.09), 「ISO and GHG Protocol Announce Strategic Partnership to Deliver Unified Global Standards for Greenhouse Gas Emissions Accounting」.
- GHG Protocol(2026.02.09), 「ANNOUNCEMENT: ISO and GHG Protocol Finalize Joint Working Group to Develop Product-Level Accounting Standard」.
- GHG Protocol(2025.11), 「GHG Protocol and ISO Welcome COP30 Action Agenda to Harmonize Carbon Accounting」.
- ISO 14067:2018, 「Greenhouse gases — Carbon footprint of products」; ISO/WD 14067 Working Draft 2(2026); ISO 22095, 「Chain of custody — General terminology and models」.
- GHG Protocol, 「Product Life Cycle Accounting and Reporting Standard」; WBCSD/Pact(2026), 「PACT Methodology v3.x and Technical Specifications」.
- European Commission(2025.12.16), CBAM Review Report COM(2025) 783 final.
- IEEFA(2025), 「Europe’s CBAM Raises Supply Chain Carbon Risks for South Korean Technology Industries」; Terawatt Times(2026), 「Korea CBAM Intelligence 2026: ETS Price Erosion Risk」.
- WEF(2025.12), 「The impact of the EU’s CBAM on business and the carbon-pricing landscape」; Brussels School(2025.06), 「The Republic of Korea’s Emissions Trading System(K-ETS)」 Policy Brief.
- OECD/IFCMA, 「Carbon intensity metrics in policy: technical reports series」; Springer(2025), 「Chain of custody modelling in carbon footprinting and life cycle assess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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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제19호 PDF 내려받기(격주간)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발행일 : 2026년 5월 11일 (제10호 / 통권 19호) · 창간일 : 2025년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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