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이란? 탄소국경조정제도와 한국 산업의 과제 (인사이트 23호)

제23호|2026년 7월 6일|격주간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이시도르연구소

관세는 오랫동안 값싼 수입품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장벽이었습니다. 그런데 EU가 2026년 1월 1일 본격 가동에 들어간 CBAM은 전혀 다른 종류의 국경을 그었습니다. 이 국경이 묻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탄소입니다.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제23호는 CBAM의 작동 원리와 2026년에 실제로 벌어지는 일, 철강이라는 진앙에 집중된 한국 산업의 충격, 그리고 K-ETS 공제의 역설을 전문으로 다룹니다.

약어 —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 EU ETS(EU 배출권거래제) · K-ETS(한국 배출권거래제) · CN 코드(EU 통합관세분류) · MRV(측정·보고·검증) · EAF(전기로) · BF-BOF(고로-전로) · LCA(전과정평가) · DoC 계열 문서(적합성 증빙)


탄소에 국경이 생기다

이끼 위의 유리 지구본

관세는 오랫동안 ‘값싼 수입품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장벽’이었다. 그런데 EU가 2026년 1월 1일 본격 가동에 들어간 CBAM은 전혀 다른 종류의 국경을 그었다. 이 국경이 묻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탄소다. 같은 철강이라도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만들어졌다면, 그 차이만큼 EU 국경에서 값을 치러야 한다. 기후정책이 처음으로 무역의 언어로 번역된 순간이다.

한국에 이 사건은 추상적인 국제 뉴스가 아니다. 한국이 EU에 파는 철강·알루미늄 등 CBAM 적용 품목은 연간 약 51억 달러에 이르고, 그중 철강이 89.3%를 차지한다. 그리고 한국 철강의 탄소집약도는 EU가 정한 기준을 큰 폭으로 웃돈다. 다시 말해 CBAM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을, 한국이 가장 불리한 지점에서 정조준한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CBAM은 ‘EU ETS의 그림자를 국경 너머로 늘인 제도’이다. EU 안에서만 부과되던 탄소 비용을 수입품에도 매겨, 규제가 느슨한 곳으로 생산이 빠져나가는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을 막는 것이 본질이다. 따라서 CBAM의 강도는 EU 내부 탄소 비용(무상할당 축소)과 한 몸으로 움직인다.
  2. 2026년은 ‘시작됐으나 아직 가볍다’. 본격 시행이 개시됐지만 실제 인증서 비용 청구는 2027년부터이고, 2026년의 실질 부담률은 2.5%에 불과하다. 진짜 청구서는 2029~2034년에 집중된다. 지금은 ‘유예된 폭풍’을 대비할 마지막 창이다.
  3. 한국의 약점은 두 가지가 겹쳐 있다. 고탄소 고로(高爐) 중심의 생산 구조와, EU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문 K-ETS 탄소가격이다. 전자는 부과액을 키우고, 후자는 공제를 무력화한다. 이 두 격차를 좁히는 것이 대응의 핵심이다.

CBAM이란 무엇인가 — ETS의 그림자를 국경 너머로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BAM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 부모 격인 EU ETS를 떠올려야 한다. EU는 역내 발전·철강·시멘트 등 배출 시설에 탄소배출권을 사도록 강제해 왔다. 문제는 EU 기업만 이 비용을 지면, 기업이 규제가 약한 나라로 공장을 옮기거나(생산 누출), 값싼 고탄소 수입품이 EU 시장을 잠식(수입 누출)한다는 점이다. 이 왜곡이 바로 탄소 누출이다.

CBAM은 그 구멍을 막는 장치다. EU 집행위원회의 정의를 빌리면, CBAM은 “EU로 수입되는 탄소집약적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에 공정한 가격을 매기는 수단”이다. EU 생산자가 ETS로 치르는 탄소 비용을, 수입품에도 동일하게 물려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든다는 논리다. 법적 근거는 2023년 5월 제정된 Regulation (EU) 2023/956이며, 2025년 간소화 개정(Regulation (EU) 2025/2083, 이른바 ‘Omnibus’)으로 일부 수정됐다.

핵심은 CBAM이 ETS와 한 몸이라는 데 있다. CBAM 인증서 가격은 EU ETS 경매가에 연동되고, EU 역내 생산자에게 주던 무상할당(free allocation)이 줄어드는 만큼 CBAM이 그 공백을 채운다. 2026년부터 무상할당이 단계적으로 소멸해 2034년 완전히 사라지며, 같은 속도로 CBAM이 100%까지 강해진다. 이 대칭 설계는 “EU 내 생산자도 똑같이 부담한다”는 논거가 되어, WTO 비차별 원칙 방어의 근거로 쓰인다.

현재 적용 대상은 탄소집약도가 높고 무역 규모가 큰 6개 부문이다.

부문배출 산정 범위비고
철강(iron & steel)직접배출만한국 최대 노출 품목
알루미늄직접배출 + 일부 간접공정 배출(PFC) 포함
시멘트직접 + 간접—
비료(fertilizers)직접 + 간접—
수소(hydrogen)직접배출만생산 방식별 격차 큼
전력(electricity)직접배출만국가별 그리드 계수
CBAM 적용 6개 부문과 배출 산정 범위 / 출처: Regulation (EU) 2023/956 Annex I·II, EU 집행위 CBAM 포털(2026)
이시도르 박사의 Insight Box

CBAM을 ‘관세의 일종’으로 오해하면 대응을 그르친다. 관세는 제품의 종류·원산지로 세율이 정해지지만, CBAM 비용은 같은 제품이라도 누가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었느냐로 갈린다. 탄소를 덜 배출하는 공정으로 만든 철강은 같은 양을 수출해도 비용이 낮다. 즉 CBAM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탄소 경쟁의 장(場)이다. 따라서 대응의 출발점은 무역팀이 아니라 생산·환경팀의 배출량 데이터여야 한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 내재배출량·인증서·단계적 확대

탄소 비용을 상징하는 전구와 동전

CBAM의 작동은 세 개의 톱니로 이루어진다. 무엇을 재느냐(내재배출량), 얼마를 내느냐(인증서 가격), 언제부터 본격적이냐(단계 계수)이다.

내재배출량(embedded emissions)은 제품 1톤을 만드는 데 직간접으로 발생한 온실가스의 총량이다. 수입자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를 입증한다. 하나는 실측값(actual values) — 생산 시설의 실제 데이터로 EU가 인정하는 공인 검증기관(EN ISO/IEC 14065 인증)이 검증한 값이다. 다른 하나는 EU가 공표한 기본값(default values)인데, 이는 배출이 많은 상위 국가들의 평균에 기초해 일부러 보수적(높게)으로 설계됐고, 게다가 할증까지 붙는다. 2026년 10%로 시작한 기본값 할증은 2028년 30%까지 오른다. 실측값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이유다.

인증서 가격은 EU ETS 경매가에 연동된다. 2026년 1분기 가격은 €75.36/tCO₂e로 공시됐다(2026년 4월 7일). 2026년은 분기별로, 2027년부터는 주간 단위로 가격이 매겨진다.

가장 중요한 톱니는 단계 계수(CBAM factor)다. CBAM 비용은 [ETS 가격 × 내재배출량 × CBAM factor]에서 [수출국이 이미 낸 탄소가격]을 뺀 값이다. 이 factor가 무상할당 소멸 일정에 맞춰 해마다 가팔라진다.

연도CBAM factor무상할당 잔존의미
20262.5%97.5%사실상 준비기
20275%95%인증서 구매 개시
202810%90%하류 제품 확대 예정
202922.5%77.5%부담 가속 시작
203048.5%51.5%변곡점(부담 2배 급등)
2034100%0%완전 적용
연도별 CBAM factor와 EU ETS 무상할당 잔존율 / 출처: EU 집행위 CBAM Free Allocation Phase-Out 일정(2026)

표가 말해 주듯, 2026년의 2.5%는 본격 청구서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factor가 22.5%에서 48.5%로 뛰는 2029~2030년이 비용의 변곡점이며, 이 구간을 저탄소 전환 없이 맞으면 단가 경쟁력이 무너진다.

여기에 CBAM은 적용 범위 자체도 넓혀 간다. 2025년 12월 17일 EU 집행위는 철강·알루미늄 하류 제품 약 180개(가스 용기·금속 가구·기계 부품·자동차 부품·조립식 구조물 등)로 CBAM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냈고, 2028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유기화학·폴리머(플라스틱)까지의 확대도 검토 단계에 있다.

2026년, 지금 실제로 벌어지는 일

철강 수출기업을 위한 CBAM 대응 안내

2026년 1월 1일, CBAM 확정기간(definitive regime)은 예정대로 막을 올렸다. EU 집행위 발표(1월 14일)에 따르면 시행 첫 7일간 4,100개 이상의 EU 수입자가 공인 신고인(authorized CBAM declarant) 지위를 얻었고, 165만 톤이 넘는 CBAM 대상 품목이 신고됐다(이 중 철강이 98%). 주요 수출국으로는 튀르키예·중국·인도·캐나다·대만·베트남이 거명됐고, 한국은 이 첫 발표에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오해를 풀어야 한다. ‘본격 시행 = 즉시 비용 청구’가 아니다. 2025년 발효된 Omnibus 간소화 패키지가 재정 의무 일정을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실제 인증서 판매는 2027년 2월 1일에 시작되고, 2026년 수입분에 대한 첫 연간 신고 납부 마감은 2027년 9월 30일이다. 즉 2026년은 비용을 내는 해가 아니라 데이터를 쌓는 해다. 이때 배출량을 기록해 두지 않으면 이듬해 신고 자체가 불가능하다.

Omnibus가 바꾼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50톤 면제(de minimis)로 연간 수입량이 50톤 미만인 영세 수입자는 의무를 전면 면제받는다. EU 추산 수입자의 약 90%(18만 2천 개사)가 여기 해당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배출량은 1%에 불과하다. 배출량 기준 99%는 여전히 CBAM 안에 있다 — 한국 철강 대기업은 당연히 그 99%에 든다. 둘째, 선구매 비율 완화로 분기별 인증서 사전 구매 의무가 예상 배출량의 80%에서 50%로 낮아졌다. 셋째, 신고 마감 연장과 제3국 탄소가격 공제 명문화로 연간 신고 마감이 9월 30일로 늦춰지고, 수출국에서 이미 낸 탄소가격을 공제하는 절차가 구체화됐다.

이시도르 박사의 Insight Box

Omnibus를 ‘규제 완화’로만 읽으면 안심하기 쉽다. 그러나 면제된 90%는 소규모 수입자일 뿐, 배출량의 99%는 그대로 과세된다. 한국 수출 기업의 거래처인 대형 EU 수입자는 면제 대상이 아니다. Omnibus의 진짜 메시지는 “행정 부담은 줄이되 탄소 청구의 본체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화의 외피를 두른 유예이지, 후퇴가 아니다.

한국 산업에의 충격 — 철강이라는 진앙

고로 중심의 제철소 전경

CBAM이 한국에 주는 충격은 한 부문에 집중돼 있다. 바로 철강이다.

한국의 대EU CBAM 적용 품목 수출은 약 51억 달러(대EU 총수출의 7.5%, 2022년 기준)이며, 이 중 철강이 약 45억 달러로 89.3%, 알루미늄이 약 5.4억 달러로 10.6%를 차지한다(한국무역협회). 충격이 철강 하나에 쏠려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국 철강의 탄소집약도다. 고로-전로(BF-BOF) 중심 생산 구조 탓에, 포스코의 CBAM 기준 탄소집약도는 2.127 tCO₂/t로 EU 무상할당 벤치마크(1.30 tCO₂/t)를 64% 초과한다. 이 초과분(0.827 tCO₂/t)이 CBAM factor만큼 고스란히 과세된다. 전문 분석기관 추정으로 포스코 열연강판의 CBAM 비용은 2026년 톤당 약 €71에서, 무상할당이 사라지는 2034년 톤당 약 €259까지 치솟는다. 업계 전체로는 향후 10년 누적 약 3조 원, 연 수천억 원 규모의 부담이 예상된다.

시기확대 내용한국의 추가 노출
2026년(현행)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수소·전력약 51억 달러
2028년(제안)금속집약 하류 제품 약 180개(자동차 부품·기계·가전 등)가전·자동차 부품 등 신규 편입
2030년 전후(검토)유기화학·플라스틱·폴리머플라스틱 48억·유기화학 15억 달러(2023년)
한국의 CBAM 노출, 단계별 확대 전망 / 출처: EU 집행위 확대 제안(2025.12), KITA CarbonLink 분석

여기에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닌 부문도 안심할 수 없다. EU 바이어가 공급망 탄소집약도를 이유로 거래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IEEFA는 만약 반도체가 CBAM에 포함될 경우 한국 기업의 2026~2034년 비용을 약 5.88억 달러(약 8,470억 원)로 추산했다. CBAM은 철강에서 시작해 한국 수출의 더 넓은 면적으로 번질 잠재력을 가진다.

K-ETS의 역설 — 우리도 탄소값을 내는데

배출가스를 내뿜는 산업 시설

“한국도 2015년부터 K-ETS로 탄소값을 내고 있으니, CBAM에서 그만큼 공제받으면 되지 않나?” 이 합리적 기대가 한국의 가장 뼈아픈 역설이다.

CBAM 규정 제9조는 수출국이 자국에서 이미 낸 탄소가격을 공제해 준다. K-ETS는 형상상 이 공제 대상이 된다. 그러나 실제 공제 효과는 EU 기준의 3.4%에 그친다(2026년 기준 €2.92/tCO₂).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K-ETS 탄소가격(약 €9~12)이 EU ETS(약 €85)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문다. 둘째, K-ETS는 무상할당 비율이 높아(철강 기준 약 69%)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가격 신호가 더 희석된다. 결국 “우리도 낸다”는 명분은 있으나, 공제로 돌아오는 실익은 미미하다.

항목수치
K-ETS 탄소가격약 €9~12/tCO₂
EU ETS 탄소가격약 €85/tCO₂
CBAM 공제 인정액(2026)€2.92/tCO₂ (EU 기준의 3.4%)
CBAM 공제 인정액(2034)€13.38/tCO₂ (EU 기준의 9.9%)
K-ETS 공제의 한계 / 출처: Terawatt Times, IEEFA 분석(2026)
이시도르 박사의 Insight Box

이 역설은 한국 탄소정책에 불편한 진실을 들이민다. K-ETS 탄소가격을 올려 무상할당을 줄이면, 단기적으로 기업 부담은 커지지만 그만큼 CBAM 공제가 늘어난다. 어차피 낼 돈이라면 EU 국고가 아니라 한국 국고로 들어오게 하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다. 다만 K-ETS가 EU로부터 공식 ‘동등성(equivalence)’ 인정을 받아야 공제 절차가 매끄러워진다. EU는 2026년 5월 외국 탄소가격 인정 규칙 초안을 내놓았고, 한국은 전담 태스크포스로 기술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의 성패가 수조 원 단위의 비용 귀속처를 가른다.

기업과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CBAM은 이미 한국의 산업 현장과 정책을 움직이고 있다.

철강 기업의 저탄소 전환이 먼저다. 포스코는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하는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을 개발 중이다. 기존 고로 대비 탄소를 95% 이상 줄이는 것이 목표지만, 상용화는 2030년대 중반에나 가능하다. 그 사이의 가교로 전기로(EAF) 전환을 추진한다. 현대제철도 전기로·고로 복합공정을 가동하고, 전기요금 부담을 피해 미국 루이지애나에 8조 원 규모 전기로 제철소를 짓는다. 다만 고로 전체 전환에는 포스코 단독 약 54조 원, 업계 전체 약 68.5조 원이 든다는 추산이 있어, 비용을 누가 감당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와 기업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5년간 8,146억 원(정부 3,088억 + 기업 5,058억)을 투입해 2030년 상용화 기술 확보를 노린다.

정부의 지원 체계도 가동됐다. 산업통상자원부·기후에너지환경부·중소벤처기업부·관세청이 합동 대응 TF를 꾸려 제6차 합동 설명회까지 열었다. 중기부는 중소기업 CBAM 대응 인프라(MRV) 구축 지원을 185개사로 확대하고 기업당 최대 4,200만 원을 지원하며, 5년간 탄소감축 R&D에 4,100억 원을 투입한다. 한국환경공단은 최대 100개 중소기업에 ‘원자재부터 최종 수출품까지’ 배출량을 계산하는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주체핵심 대응비고
포스코HyREX 수소환원제철·전기로 전환고로 전환 비용 약 54조 원
현대제철전기로 복합공정·미국 8조 원 투자전기요금 부담 회피
산업부 등 합동 TF합동 설명회·배출 산정 컨설팅제6차까지 개최
중기부MRV 구축 185개사·R&D 4,100억 원기업당 최대 4,200만 원
환경공단중소기업 100개사 맞춤 컨설팅전 생산주기 배출 계산
한국의 CBAM 대응 — 기업과 정부 / 출처: 한국경제·정책브리핑·중기부 자료(2025~2026)

가장 큰 실무 병목은 공급망 데이터 격차다. 대형 철강사는 1~2년 전부터 공정별 배출계수와 LCA 기반 데이터 시스템을 갖췄지만, 다수의 중소 협력사는 여전히 수기 관리에 머물러 있다. 실측값을 신고하려면 1·2차 협력사의 배출 데이터까지 모아야 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준비가 갈라진다.

세계는 어떻게 맞서는가

세계 도시를 담은 파노라마

CBAM에 대한 세계의 반응은 셋으로 갈린다. 법정에서 다투거나, 같은 무기를 만들거나, 자국 탄소가격을 높이거나이다.

다투는 쪽. 2025년 5월 러시아가 CBAM과 EU ETS 무상할당에 대해 WTO에 처음으로 공식 협의를 요청했다. GATT 비차별 원칙 위반과 무상할당의 수출보조금 성격을 문제 삼았다. 인도·중국·브라질도 “공통하지만 차별화된 책임” 원칙 위반을 들어 반발하나, 공식 제소까지는 가지 않았다. 한국 역시 WTO 채널에서 GATT 합치성 문제를 제기했으나 공식 제소는 하지 않고, 한-EU FTA와 양자 협의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택하고 있다.

같은 무기를 만드는 쪽. 영국은 2027년 자체 UK CBAM을 도입하고, 미국은 수입품 탄소집약도에 관세를 매기는 ‘Foreign Pollution Fee’를 검토하며, 대만도 규정 초안에 착수했다.

탄소가격을 높이는 쪽. 튀르키예는 EU 규칙과 연계한 ETS 파일럿을 시작했고, 일본은 자발적 GX-ETS를 의무화로 전환하는 ‘GX추진법’을 개정했다. K-ETS 강화를 검토하는 한국도 넓게는 이 진영에 속한다.

이시도르 박사의 Insight Box

이 지형도는 한국에 전략적 시사점을 준다. CBAM에 정면으로 맞서 이긴 나라는 아직 없다. 오히려 영국·튀르키예·일본처럼 ‘내 안에 EU 같은 탄소가격을 들이는’ 나라들이 장기적으로 공제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CBAM은 무역 장벽이기 이전에 각국의 탄소정책을 EU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압력 장치다. 저항보다 정렬(alignment)이 비용을 줄이는 역설적 구조다.

무엇을 대비할 것인가 — 실무 로드맵

컨테이너선이 항해하는 항만
배출 데이터를 분석하는 모니터 화면

CBAM 대응은 ‘먼 미래의 규제’가 아니라 ‘지금 시작해야 할 데이터 작업’이다. 시계(時界)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 당장 (2026년 중)

  1. 적용 품목 확인. 수출 포트폴리오에서 CBAM 대상 CN 코드 해당 품목을 전수 점검한다.
  2. EU 거래처의 공인 신고인 지위 확인. 거래처(EU 수입자)가 authorized declarant 지위를 취득했는지 확인한다. 지위가 없으면 그 거래처로는 수출 자체가 막힌다.
  3. 내재배출량 데이터 수집 착수. 2026년 한 해의 배출 데이터가 2027년 9월 첫 신고의 재료다. 지금 기록을 시작하지 않으면 신고가 불가능하다.
  4. 실측값 vs 기본값 결정. 기본값에는 10%(→2028년 30%) 할증이 붙으므로, 실측값을 위한 측정·검증 인프라 투자 대비 효익을 조기에 따진다. 실측값에는 EN ISO/IEC 14065 공인 검증이 필요하다.
  5. 공급망 데이터 협력. 1·2차 협력사의 공정별 배출 데이터 수집 체계를 함께 만든다.

중기 (2027~2029년)

  1. 변곡점 대비. factor가 급등하는 2029~2030년 이전에 전기로 전환·저탄소 제품화로 단위 탄소를 낮춘다.
  2. K-ETS·EU ETS 가격 모니터링. 인증서 비용은 EU ETS 가격에 직접 연동되므로 상시 추적 체계를 둔다. K-ETS 동등성 협상 동향도 함께 본다.

장기 (2028년 이후)

  1. 확대 품목 선제 점검. 2028년 하류 제품(가전·자동차 부품·기계), 그 이후 화학·플라스틱 편입 가능성에 대비해 해당 사업부의 배출 산정을 미리 준비한다.
이시도르 박사의 Insight Box

실무자가 기억할 한 문장은 이것이다. “2026년은 비용의 해가 아니라 데이터의 해다.” CBAM의 첫 청구서는 2027년에 오고 본체는 2030년대에 도착하지만, 그 청구서의 금액을 결정하는 배출 데이터는 지금 이 순간 쌓이고 있다. 데이터를 갖춘 기업은 실측값으로 비용을 깎고, 갖추지 못한 기업은 보수적 기본값에 할증까지 물린 청구서를 받아 든다. 유예된 2년은 휴식이 아니라 준비의 마지막 창이다.

결론

새싹을 감싼 두 손
  1. CBAM은 EU ETS의 그림자를 국경 너머로 늘인 제도다. 무상할당 소멸과 한 몸으로 강해지며, 2026년 2.5%에서 2034년 100%로 확대된다. ‘관세’가 아니라 ‘탄소 경쟁’의 장이므로, 대응의 중심은 생산·환경팀의 배출 데이터다.
  2. 2026년은 시작됐으나 가볍고, 진짜 청구서는 2029~2030년에 온다. 인증서 비용 청구는 2027년부터이며, factor가 급등하는 변곡점을 저탄소 전환 없이 맞으면 단가 경쟁력이 무너진다.
  3. 한국의 약점은 고탄소 고로 구조와 낮은 K-ETS 가격이 겹친 데 있다. 철강이 대EU CBAM 수출의 89.3%를 차지하고, 포스코 탄소집약도는 EU 기준을 64% 웃돈다. K-ETS 공제는 EU 기준의 3.4%에 불과해, 부담은 크고 상쇄는 작다.
  4. 저항보다 정렬이 비용을 줄인다. CBAM에 정면으로 맞서 이긴 나라는 없다. 자국 탄소가격을 EU 기준으로 높이고 동등성을 인정받는 길이, 결국 비용을 한국 안에 묶어 두는 현실적 전략이다.

CBAM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의 제품에 얼마만큼의 탄소가 담겨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데이터로 답할 수 있는 기업은 실측값으로 비용을 낮추고 EU 시장을 지킨다. 답하지 못하는 기업은 보수적 기본값과 할증이 매겨진 청구서를 받아 든다.

한국에게 CBAM은 위기이자 좌표다. 위기인 것은 가장 취약한 철강을 정조준하기 때문이고, 좌표인 것은 어차피 가야 할 탈탄소의 방향을 EU가 무역의 언어로 강제하기 때문이다. 유예된 2년 동안 무엇을 하느냐가 다음 10년의 수출 경쟁력을 가른다. 탄소에 그어진 이 새로운 국경 앞에서, 가장 먼저 자신의 탄소를 정확히 재고 줄이기 시작하는 기업이 국경 너머의 시장을 지킬 것이다.

참고자료

  • EU 집행위원회(Taxation and Customs Union DG),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공식 포털.
  • EUR-Lex, 「Regulation (EU) 2023/956」(CBAM 기본 규정) 및 「Regulation (EU) 2025/2083」(Omnibus 간소화).
  • EU 집행위원회, 「CBAM successfully entered into force on 1 January 2026」(2026.1.14).
  • EU 집행위원회, 「Price of CBAM certificates」(Q1 2026 €75.36/tCO₂e 공시, 2026.4.7).
  • CBAM Guide, 「EU ETS Free Allocation Phase-Out: CBAM Factor by Year」.
  • 한국무역협회(KITA), 「미리 보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주요 내용 및 시사점」.
  • Terawatt Times, 「Korea CBAM Intelligence 2026: ETS Price Erosion Risk」(2026).
  • IEEFA, 「Europe’s CBAM raises supply chain carbon risks for South Korean technology industries」.
  • 정책브리핑, 「CBAM 본격시행 대비 합동설명회 개최」(2025).
  • GMK Center, 「How countries around the world are responding to the EU CBAM」(2025.6).

본 호의 비용 추정치(포스코 €71/t→€259/t, 업계 누적 약 3조 원, K-ETS 공제 €2.92/tCO₂ 등)는 Terawatt Times·IEEFA·KITA 등 복수 출처를 교차 확인한 값이며, EU ETS 가격·factor·환율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자료는 특정 사업·투자에 대한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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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제23호 PDF 내려받기

(격주간) 지속가능산업 인사이트
발행일 : 2026년 7월 6일 (제14호 / 통권 23호) · 창간일 : 2025년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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